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지난 5월20일 부산 반얀트리 화재참사 관련자들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이미 수사가 완료돼 관계자들이 기소된 상태이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부산본부는 왜 뒤늦게 별도의 고발장을 제출한 것일까. 그 배경에는 중대재해 참사가 개별 기업의 형사처벌 문제로만 축소되면서, 사고의 사회적 맥락은 간과되고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이미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한 고발은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고발장은 각하될 가능성이 높고, 민주노총은 형사절차상 고발인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설령 부산본부가 고발인 지위를 인정받아 사건관계인이 된다 하더라도 유족이 아닌 제3자로서 고발한 것이므로 재판 참여나 재판기록 접근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판기록 열람·복사 예규에 따르면 고발인은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고, ‘그 밖에 법령이 허용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돼 최종적으로는 재판장의 허가가 필요할 것이다.
본격적인 공판 진행에 앞서 검찰이 준비한 증거는 160개가 넘고, 증인은 최소 30~40명에 달할 예정이다. 반면에 피고인들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거나 하청업체의 무단작업을 몰랐다고 변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의 실상을 잘 아는 노동자 단체의 의견개진이나 참고자료 제출이 필요할 수 있지만, 유족 등 피해 당사자가 아닌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공판절차에서 발언하거나 의견을 개진할 기회는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검사 역시 첫 공판기일에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부산경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라며 “단순 주의의무 위반이 아닌 피고들의 공동 과실로 발생한 ‘인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구조적 문제가 얽힌 사회적 참사인데도 피고인과 그 변호인들만이 재판의 당사자로 인정되는 현실은 시민과 노동자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한다.
현재 사법 시스템에서 재해의 영향을 받는 이들 중 그나마 권리가 인정되는 경우는 ‘산재 피해 당사자’와 ‘유족’에 국한된다. 그마저도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나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조 등은 유족을 지원하는 방법을 통해 사건에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재판을 모니터링하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유족이 아닌 동료노동자나 시민사회가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중대재해 피해자를 상속권 중심의 협소한 기준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 참사의 본질을 왜곡하기 쉽다. 실제로 동료노동자들은 평상시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판을 통해 밝혀져야 할 구조적 문제를 말할 수 있는 핵심 증인들이기도 하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개별 사건을 사회 전체의 안전 문제로 확장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구조적 문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재판부는 사건의 공공적 성격을 고려해 고발인의 지위에 있는 노조나 시민사회단체의 재판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적극 허용할 필요가 있다.
반얀트리 화재참사 사건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경미한 재해를 입었다며 거론조차 되지 않았으며, 이들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중대재해 사고에서 재해 당사자가 직접적인 피해자라면, 그의 가족과 동료들, 그리고 같은 처지에 놓인 모든 노동자들은 간접적·예비적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판 과정에서도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지 않을까.
이달 23일 반얀트리 화재 참사 재판의 현장검증이 실시될 예정이지만, 그 과정에 시민사회나 노조가 참여할 방법은 없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안전관리 허점과 법제도 사각지대가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재해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재판정의 문턱을 낮추고 사회적 감시를 강화해야만 같은 원인으로 인한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