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폭염 상황에서 일할 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체감온도가 33°C 이상일 경우 근로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하도록 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4월과 5월 심사 과정에서 이 규정에 대해 재검토를 권고한 바 있다. 중소·영세 사업장과 산업별 특성을 고려할 때,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의무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폭염으로 노동자들의 죽음이 반복됐다. 지난 7일, 구미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의 베트남 국적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숨졌다. 당시 현장에서는 혹서기 단축 근무가 시행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옥외작업이 중지되었지만, 정주노동자들은 모두 오후 1시에 퇴근한 반면, 이주노동자들은 오후 4시까지 정상 근무를 이어 갔다.
노동부가 제시한 기준인 ‘체감온도 33°C’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기상청 체감온도는 온도, 습도, 풍속을 종합해 계산되며, 여름에는 주로 습도, 겨울에는 주로 풍속이 반영된다. 그러나 이 수치는 특정 관측소에서 측정된 기온, 습도, 풍속을 바탕으로 하며, 태양복사열은 고려하지 않는다.
한편, 국제표준화기구(ISO)와 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회(ACGIH)는 열 스트레스 평가에 습구흑구온도(WBGT)를 기준으로 삼는다. WBGT는 작업 강도와 노동자의 적응 상태에 따라 허용 기준이 다르게 설정되며, 33°C 이상은 ‘휴식 위주(Rest category)’ 활동 구간으로 분류된다. 이는 인체의 열 부담이 매우 높은 상태로, 작업 대신 휴식이 권고되는 수준이다. 특히 WBGT가 31~33°C 구간에 이르면, 주변 온도가 피부 온도보다 높아져 체내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지며, 이때부터는 즉각적인 작업 중단과 조치가 필요하다.
2018년 수행된 싱가포르의 연구에서는 쌀국수 제조공장의 건조실 내부에서 WBGT가 36.7°C까지 치솟았다. 외부 기온은 32~33°C도, 상대습도는 약 70% 수준이었고, 좁은 작업공간과 증기 열기 때문에 작업자는 훨씬 높은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결과를 보였다. 2017년 이란 연구에서는, 기온 32~34°C, 상대습도는 약 25%인 외부온도에서 금속 롤링 사업장의 WBGT와 노동자 생체변화를 기록했다. WBGT가 33°C를 넘으면서 심박수와 중심체온이 급상승하는 현상을 보고하면서 특히 현장 내 열 환경이 관측소 수치로는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기상청 관측 위치에서 기온이 30°C일 때 습도 50% 이하, 32°C일 때 습도 35% 이하인 경우 33°C 미만의 체감온도를 기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름철 습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기상청 발표 체감온도가 작업자 휴식에 있어 적절한 규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상청 체감온도는 태양복사열을 반영하지 않아 햇볕 아래 작업시 실제 열 부담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또, 동일 지역이라도 금속가공공장, 인쇄소, 식품제조업 등 실내사업장은 기계 열기와 습도로 외부보다 온·습도가 훨씬 높아지지만, 이런 차이는 기상청 발표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작업자가 보호구를 착용하면 땀 증발이 방해돼 체열 발산이 어려워지고, 같은 환경에서도 열사병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결국 관측소 수치만으로는 현장의 다양한 온열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작업조건에 따른 맞춤 기준이나 현장 측정의 병행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지난 7일 경남 거창의 기숙형 공립고등학교 급식소에서는 급식종사자 네 명이 구토와 어지럼증 증상으로 병원에 후송되었다. 온열질환 증상이었다. 대체인력 1명이 충원되고 1명이 돌아온 것은 10일. 그 사이에도 급식실은 빈틈없이 돌아가야 했다. 결원이 발생한 상황에서 급식실이 운영되면서 폭염에 압축노동이 더해진 것이다. 한편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는 급식소 에어컨이 고장났고, 수리기간 동안은 국조리 금지, 대체식으로 변경, 식판 대신 일회용 접시 사용 등으로 즉시 급식방법을 변경했다고 한다. 긴 여름 동안 더워서 아픈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이제는 일터에서도 ‘더위를 피하기 위한 당연한 방법들’을 적용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