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 경일고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한다. 그런데도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시 자치구는 8곳이나 된다. 지난해 서울 내 특수교육 대상 학생 1만4천546명 가운데 31.1%인 4천531명만 특수학교에 다닌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장애인 부모는 “성동구에 특수학교가 없어 집에만 있거나, 다른 자치구에 있는 특수학교까지 3시간 동안 통학하는 장애 아이들도 있다”고 울먹였다.
조선일보와 세계일보가 설명회 직후인 지난달 23일 사회면에 주민설명회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성동구 특수학교, 어디로 가야 할까요’라는 제목으로 12면 맨 아래쪽에 3단 기사로 실었다. 반면 세계일보는 ‘우리동네엔 NO… 성동 특수학교 신설 진통’이란 제목으로 10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제목만 보면 별 차이가 없지만 기사 내용은 ‘천양지차’다.
조선일보는 “참석자 230여명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고성을 지르면서 아수라장이 됐다”고 양쪽 균형 맞추기에 급급했다. 반면 세계일보는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는 학생 수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특수학교는 ‘혐오 시설’이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이 반복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본질을 짚었다.
조선일보 기사 첫 문장은 “성수공고 자리에 특수학교 지어도 괜찮은지 지역 주민들한테 물어봤습니까. 다른 곳에 지으세요!”라며 반대 주민 목소리로 시작한다. 반면 세계일보는 “성수공고 폐교부지에 공립 특수학교 ‘성진학교’를 설립하는 계획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로 시작한다.
성진학교 예정지 근처가 ‘성수 전략 정비구역 1~4지구’로 10년 안에 1만 가구가 입주한다. 세계일보는 반대 주민 목소리를 “성동구는 명품 동네가 된 만큼 명품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문장에 담았다. ‘마용성’의 한 축답게 부동산 열기를 담았지만, 그릇된 차별 의식도 고스란히 담겼다. 세계일보는 “특수학교 설립이 추진되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에서 “일부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고 직격했다.
조선일보는 장애인 부모와 반대 주민의 날선 공방만 담았지만, 세계일보는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라는 전문가 의견도 상세히 담았다. 조 교수는 “특수학교 설립시 ‘땅값이 떨어진다’, ‘교육수준이 떨어진다’는 반대가 나오는데 모두 근거가 없다. 오히려 지역사회에 함께 어울리며 비장애인 아이들도 다양성에 대해 배울 수 있다”며 긍정 요인도 말했다. 조 교수는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반대하면 사회복지사업법 위반이다. 특수학교가 사회복지시설은 아니지만, 같은 맥락에서 보면 어떤 반대 이유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7년 강서구 서진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선 장애 학생 학부모가 무릎을 꿇었다. 중랑구에 2017년 개교하려던 동진학교는 주민 반대로 12년간 8번이나 부지를 옮긴 끝에 10년이나 늦은 2027년에야 개교한다.
요즘 세계일보가 건진법사와 김건희 이슈로 시끄럽지만, 현장을 뛰는 사회부 기자들은 의미 있는 기사를 자주 쓴다. 조선일보 나무랄 것도 없다. 그래도 조선일보는 설명회 직후에 지면에 기사라도 실었다. 한겨레는 일주일이나 지난 7월1일 국힘 시의원이 성진학교 관련해 혐오 발언했다고 ‘단독’ 꼬리표를 붙여 보도했다.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