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잘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30일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인 듯하다. 특히나 사람들이 만족하는 부분은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면 부동산이 폭등한다’는 속설처럼 이재명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지만, 예상을 뒤엎는 강력한 대출규제와 주식시장 활성화로 일단은 진정된 모양새다. 집값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서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수도권 주택 구입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는 등 꽤나 강한 규제였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이자 부동산 폭등의 “원흉”으로 지탄받는 김수현 전 청와대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복기하는 책 <부동산과 정치>에서 ‘금리’ 등 ‘금융’에 대한 규제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종국에 “정부는 집값 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자”는 자포자기로 끝나는 이 책은 시종일관 유동성 관리의 중요성과 그 부분에서의 정부 실패를 토로한다. 책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정치인·언론 등에 대한 서운함·분노 등을 보고 있자면 문재인 정부가 어디서 실패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정치다.
이에 비하면 이재명 정부는 훨씬 세련되게 행동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의 ‘정치화’로 실패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아예 정치를 배제하고 있다. 하다 하다 안 되니 지지자를 대거 동원해 ‘투기세력’ ‘불로소득’ 등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대출규제를 강하게 하면서도 시중의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려갈 수 있도록 적절하게 관리한다. 행정의 문제가 정치의 문제로 전화되는 걸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내로남불’과 같은 비판이 통하지가 않는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흑석 선생’ 김의겸 전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무너진 것과 비교해 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느낌이다.
검찰개혁이나 인사문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수쪽이 ‘코드인사’라 비판하려고 준비하면 영리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컨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조선일보조차도 당황하며 “긍정적인 신호”라고 물러섰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일부 강경 지지세력이 반발하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는 그런 반발조차도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데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한쪽 편만 드는 정파적인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특정 사안에 실용적이고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는 정치를 세련되게 배제하고 행정적인 ‘관리’의 문제로만 다루고 있다. 관리를 잘하는가, 하지 못하는가. 이 기준에 따라서 모든 사안을 접근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비판이 들어와도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답하니 비판하기가 마땅찮다. 일부 보수인사들의 호의적인 평가는 그러한 곤란을 보여준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치를 배제하고 행정의 차원에서만 사안들을 다뤄 왔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의 문제가 반드시 내부에서만 점화되리라 볼 수도 없다. 앞의 김수현의 저서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대일외교 실패에서 시작했다는 고백이다. 그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에 안정되던 부동산은 같은해 7월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확대는 이미 오르던 집값에 기름을 부었을 뿐이다. 대일외교 실패가 부동산 실패로 전화했던 것이다. 일찍이 칼 마르크스는 자본제 사회에서의 국제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모든 사업가들은, 독일의 상업은 곧 외국 무역이며 비스마르크의 위대함은 정확히 말해서 국제 정책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진정한 관리 능력은 바로 외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이재명식 외교의 향방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우리는 왜 대통령만 바라보았는가> 작가 (fpdlakst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