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동조합의 책임이 크다.” 지난주 2일 오후 노동조합이 주최한 노동법교육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본부장, 지부장 등을 대상으로 긴급교육으로 기획해서 실시하게 교육이었다. 지방의 언론사 지부장들을 포함해서 전국에서 많은 언론노조 간부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통상임금판결의 영향과 노동조합 협상전략’이 언론노조로부터 내가 요청받았던 주제였다. 내가 먼저 통상임금에 관한 판례 법리의 변화 추이를 설명하는 강의를 한 뒤에 참가자들에게 질의를 받아 답변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전원합의체판결이 나온 뒤 현장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특히 많은 사업장에서 2025년 임단협의 주요 교섭요구사항으로 통상임금문제가 포함돼 있기에 교육장의 열기도 매우 뜨거웠다.
질의는 먼저, 언론사업장의 특성 때문인지, 포괄임금에 관한 것부터 쏟아졌다. 일정한 시간외 근로시간분까지는 급여에 포함해서 지급하는 포괄임금제에 있어서는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법원에서 인정된다고 해도 그에 연동해서 당연하게 추가로 시간외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 등 많은 사업장에서는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받게 되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그런 포괄임금제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런 포괄임금제로 인한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이 나라에서 언론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닌데, 법적으로 그 포괄임금제가 위법, 무효로 판단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어쩌겠는가. 노동조합이 포괄임금제 폐지를 요구해서 관철하는 것말고는.
노동조합의 통상임금 요구에 사측은 인건비 총액이 정해져 있다고 통상임금을 인상해 주더라도 성과급 등 다른 임금항목을 조정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차피 지급받는 임금액을 변함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의도 있었다. 이와 같이 총액인건비 운운하는 사측의 대응은 이 나라에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해서 오래전부터 매년 해 왔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들은 아직까지도 전면적으로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조합들이 그 총액인건비에 갇혀서 임단협을 체결해 왔다. 그러니, 이번에 노동조합의 통상임금 요구도 인건비총액 논리에 갇혀버릴 것이 염려돼서 어떤 방법이 없는지 내게 질의한 것이겠다. 무슨 신통한 수가 있겠는가. 결국은 원칙대로 하는 것이 맞다. 법적으로 노동자권리로 인정된 것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서 안 된다고, 원칙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이 세상에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노동자권리를 삭감, 포기하기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법은 정의하고 있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4호). 노동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대한민국 헌법(33조 1항)이 보장한 단결권에 따라 이렇게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존재의의를 밝힌 것이니 이렇게 법대로 원칙대로 노동조합은 하면 될 일이다. 그래서 이날 나는 ‘노동조합의 책임이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2. 통상임금에 있어서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은 할 말이 없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로 재직자조건 또는 일정근무일수조건의 상여금 등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들은 임단협의 요구안에 이를 포함함은 물론, 과거분 지급까지 하고 있다.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사건에서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징표로 파악함으로써 재직자조건, 일정근무일수조건의 상여금 등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사용자들이 취급해 왔던 것인데, 이제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니 노동조합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요구를 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으로서는 요구할 것이 많은 것인데, 통상임금에 있어서는 노동조합은 할 말이 없다니 무슨 말이냐고 내게 물을 것이다. 통상임금소송을 둘러싸고 그동안 이 나라 노조들이 해왔던 노사합의, 그에 따른 소취하 내지 부제소합의의 추진이 문제였다고 내가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 통상임금문제는 사용자가 위법하게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할 상여금 등 임금을 제외시켰던 것이 문제라고, 그래서 시간외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주장해 왔다. 맞는 말이다. 원고 노동자들의 대리인으로서 나는 법정에서 그 주장을 해 왔다. 그 주장을 위해서 20년 전부터 나는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연구하면서 법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주장의 논리를 개발해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2013년 갑을오토텍사건에서 노동자측 대리인으로 대법원에서 공개변론했고, 2024년 현대자동차사건에서 노동자측 대리인으로 일정근무일수조건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로 밝혔다. 이처럼 11년 간격으로 진행된 대법원전원합의체재판을 담당하면서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 임금, 즉 소정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라고 상고이유를 밝혔던 것이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법리도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해서 이제는 소정근로의 대가 임금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변화되게 됐다. 그러니 이 나라에서 통상임금문제는 사용자가 위법하게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할 상여금 등 임금을 제외시켜서 제대로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은 법적으로는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할 말은 아니다. 상여금 등 임금항목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나아가 재직자조건 및 일정근무일수조건의 상여금 등 임금항목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노동조합이 합의해줘서 발생한 것이 이 나라에서 통상임금문제인 것이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에서, 급여규정 등 취업규칙에서 이런 상여금 등 임금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노조가 합의하고 동의해 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의하면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느니 그에 따라 사용자는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했던 것이다. 그동안 이 나라에서 법정을 달궈왔던 통상임금문제는 바로 이렇게 노동조합이 합의하고 동의해준 것이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보장한 근로기준법에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노동조합이 합의하고 동의해 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통상임금에 미달하는 것이니 위법, 무효라며 미지급된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이를 인정해서 법원에서 판결했던 것이 통상임금판결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이 나라에서 통상임금문제에 있어서 노동조합은 정말 할 말이 없다.
3. 따지고 보면, 노조가 할 말이 없는 것은 통상임금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크게 문제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이 나라에서 임금피크제소송을 살펴보면, 정년 60세로 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다투고 있다.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노동자의 정년이 법적으로 60세로 되게 됐는데, 그 시행에 앞서 사업장에서 사용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했다. 노동조합은 사용자가 기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데 합의나 동의해 주지 않으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도입, 시행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당시 노동조합 위원장이라면 합의나 동의해 주지 않고 버티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하고 동의해 주고 말았다. 이것이 오늘 이 나라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서 임금 삭감당한 것이 억울하다고 소송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자신의 임금이 삭감된 노동자들을 억울하다고 법정에서 주장하지만, 노조가 합의하고 동의해 줬기에 여간해서는 법원에서는 위법, 부당하다고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고령자고용촉진법을 내세워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쉽지는 않다.
4. 이렇게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살펴보았지만,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이 할 말이 없는 것은 수없이 많다. 노동조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노동조합에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임금 등 권리의 향상을 위해서 사용자와 단체교섭해서 합의할 권한이 노동조합에게 있고, 심지어는 임금 등 노동자권리의 삭감할 권한까지도 있다고 보는 것이니 말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나라에서 통상임금문제도 노동조합의 책임이 큰 것이고, 임금피크제문제도 크다. 그렇게 곰곰이 파고들다 보면, 이 나라 노동자권리의 삭감에 노동조합의 죄가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