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제도와 노동자 목소리 강화를 통해 괜찮은 일자리를 실현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주관하는 제9차 ‘Regulating for Decent Work(괜찮은 일자리를 위한 규제)’ 국제회의가 2025년 7월2일부터 4일까지의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 ILO 본부에서 열리고 있다. RDW 회의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 해법과 규제의 방향을 모색하는 국제적 지식 교류의 장으로, 2009년 첫 회의 이후 ILO 차원의 노동정책 연구와 개발에 있어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 회의의 공식 주제는 “노동제도와 노동자 목소리 강화를 통해 괜찮은 일자리를 실현한다(Strengthening labour institutions and worker voice to deliver decent employment)”이다. ILO는 각국이 노동시장 제도의 기반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집단적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사회 정의와 경제 회복 모두에 핵심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60여 개국에서 온 25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참석하며, 총 80개 이상의 세션에서 250편 이상의 논문 발표가 진행된다.
7월2일 개막 세션에서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경제학자 폴 콜리어(Paul Collier) 교수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콜리어 교수는 세계화와 기술 진보의 복합적 영향을 받는 오늘날, 괜찮은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공동체에 기여하고 자존감을 형성하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정의한 ‘기여적 정의(Contributive Justice)’ 개념을 인용하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사회정의 실현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거 일자리를 되살리려는 회고적 정책보다, 각국의 고유한 역량을 기반으로 21세기형 기술과 숙련을 갖춘 일자리 창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3일에는 ‘법적 보호에 대한 접근성(Access to Protection and Legal Rights)’이라는 주제로 특별 세션이 열린다. 이 세션에서는 비정규·비공식 노동자의 권리 보장, 법적 포용성 확대, 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대응하는 정책 설계 방안이 논의된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석탄 산업지역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사례가 발표되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지역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호하고 재조정하는 정책적 대응이 공유될 예정이다.
7월4일에는 ‘괜찮은 일자리와 인간발전을 위한 경제모델 재구성(Rethinking our Economic Model for Decent Work and Human Development)’을 주제로 폐막 세션이 마련된다. 이 세션에서는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경제성장 모델을 넘어서,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새로운 노동시장 정책 구상이 소개될 예정이다.
회의 전체 일정은 ILO 스트리밍 플랫폼(live.ilo.org)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며, 주요 발표자료와 회의 요약본은 회의 종료 이후 ILO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ILO는 지난해 하반기에 열린 352차 이사회에서 ‘2026~2029 전략계획(Strategic Plan)’을 채택한 바 있다. 해당 전략계획은 괜찮은 일자리 실현을 위한 국제노동기준 강화, 노동제도 개혁, 사회적 대화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 실현의 기반으로서 사람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며,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제 협력 강화를 중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올해 RDW 회의는 ILO의 전략계획과 방향성을 공유하며, 특히 노동시장 제도와 사회적 규범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를 실현하기 위한 노동제도 강화와 노동자 참여 확대라는 주제는, 향후 ILO의 정책 방향을 구성할 중요한 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webmaster@labor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