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여름 광장에 사내아이들이 분수에 뛰어들어 눕고 구르고 소리 지르다 웃었다. 한복 입은 관광객이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연신 사진을 남겼다. 나무 아래 탁자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사람들이 자주 웃었다. 젊은 연인은 습도 높아 끈적거리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꼭 붙어 분수대 옆을 걸었다. 광장은 평화로웠다. 빨간색 단결투쟁 머리띠 맨 건설노동자들이 그 앞길을 행진했다. 지난 정권의 가혹한 탄압과 일하다 자꾸만 떨어지고 끼이고 깔려 죽는 일터 현실을, 확성기 통해 말했다. 일하고 싶다,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깃발 펄럭이며 시청으로, 숭례문으로 걸었다. 광장 변 새로 지은 높은 빌딩에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사선으로 뻗은 스카이차 작업대 끝에서 노동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먹고 사는 일에 높고 낮음이 없었다. 일하다 죽고 다치는 일이 다만 낮은 데에만 머물러 노조하는 사람들 목소리가 날로 높다. 일터는 여전히 위태로웠다. 새 건물을 짓느라 광장을 채웠던 사람들이 새로 지은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또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끝나지 않은 전쟁 같은 일터 현실을 알린다. 이번에는 바꾸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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