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이번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브릭스(BRICS)의 핵심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짧지만 각별한 대화를 나눴다. 겉으로는 환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략 외교의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긴 장면이라 평가할 수 있다.

브릭스는 이제 단지 ‘개발도상국 모임’이 아니다. 글로벌 거버넌스 재편과 국제 통화질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미국 중심의 질서에 균열을 가하려는 실질적인 정치·경제 연합체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순한 국가 간 이해관계나 실용적 협력의 틀을 넘는 지도자 간 ‘정치적 공감’의 형성이다. 라마포사, 룰라, 이재명. 이 세 사람은 모두 노동과 인권의 현장에서 정치를 시작한 ‘운동가 출신 대통령’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1980년대 남아공 최대 광산노조(NUM)의 지도자로 활동하며, 인종차별 정권에 맞서 싸운 상징적 인물이다. 룰라 대통령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브라질 군부독재 시절 대규모 총파업을 주도했고, 이후 노동자당(PT)을 창당해 대통령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노동운동을 통해 정치에 진입한 대표적인 글로벌 남반구 지도자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노동과 인권의 최전선에서 활동한 변호사 출신이다. 그의 정치적 기원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라는 점에서 두 남반구 지도자들과 깊은 철학적 공통점을 갖는다.

이처럼 세 지도자가 공유하는 사회운동적 정체성은 외교의 실용성을 넘는 민중적 가치를 형성한다. 바로 ‘노동존중’ ‘사회정의’ ‘포용적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 외교 가능성이다. 이러한 가치는 백인 국가들을 중심으로 강자들을 위한 ‘자유주의 글로벌 질서’에 편승했던 윤석열 정권의 외교 노선과는 궤를 달리 한다.

남아공과 브라질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의 산업·기술·외교 거점이며, 한국 기업들에게는 중요한 시장이자 중동·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기지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자원·에너지·기후 정책에서 G7과 다른 글로벌 질서를 제시하는 대안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과의 연대는 공급망 재편, 기후위기 대응, 글로벌 노동 기준 설정 등 복합 외교 어젠다를 실행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나 G20, G77,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정책 연합과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G7은 본래 선진 7개국의 경제협의체였지만, 지금은 세계 질서 재구성의 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초청국 정상이라는 제한된 위치에도 강대국 중심의 무대 속에서 ‘대안적 연대’를 실천하며 주체적인 외교 모델을 보여줬다.

결국 이번 회의의 진정한 성과는 공동선언문이나 회의장 발언록에 있지 않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후원을 받았던 식민주의와 반공주의 독재체제에 저항한 공통의 역사를 공유한 세 지도자가 형성한 것은 민중적 가치 기반의 신뢰 외교다. 이것은 향후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외교 다변화와 가치 외교의 결합은, 단지 생존을 위한 전략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향한 비전 있는 실천이 될 수 있다.

이번 G7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남아공·브라질 대통령과 나눈 작은 발걸음은, 하나의 순간이 아닌 역사적 선택의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 외교가 이제는 더 이상 서구 백인 중심의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줄타기하는 외교가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모두를 포괄하는 노동과 정의, 민주주의라는 보편 가치에 기초한 외교로 전환될 수 있기를 바란다.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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