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전으로 페이지를 조금 넘겨 봤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2일.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10대 대선공약 설명 기자간담회에 질문을 두 개 들고 갔다. 하나는 노동계가 100% 만족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공약이었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이 어쩌면 ‘영원히’ 못 할 수도 있는 정책에 대한 질문이었다. 앞의 질문은 일하는 사람 권리 보장법, 뒤의 질문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었다.

대선후보가 안 왔는데도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대여섯번 손을 든 끝에 질문할 수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들었던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질문들도 흥미로웠다. 한 기자가 이재명 대선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1순위로 내세웠는데, 재계에서 반대했던 노동공약들이 담겼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재계를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질문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노동 관련 정책들은 민주당의 오랜 정책이고, 포기할 수 없다”며 “그것이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재계를 최선을 다해 설득하겠다”고 답했다.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야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법 적용을 위한 방안을 말해 달라’는 본지 질의에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기본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고, 집권 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계 일각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이라도 꾸준히 지켜봐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던 찰나, 누군가와의 대화가 암울한 전망을 하게 했다. 이재명 당시 후보 유세에 정신없이 바쁘다던 캠프 관계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해 “누더기가 되지 않게 잘 해봐야죠”라고 했다. 나는 노조법 2·3조 개정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하고 물어보지 않았는데,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누더기’라는 표현이 나왔다.

다른 정당 관계자의 말이 겹쳐 들렸다. “민주당 비판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비판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맞받았다. 속 편한 말만 한 듯해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요구하는 일만큼 요구받는 일도 버거울 거고, 둘은 무 자르듯 나눌 수 없을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 모두가 요구와 요구 사이 어딘가에 서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새 정부다. 벌써부터 공약을 지키라는 주장에 ‘청구서’라는 표현이 쏟아진다. 새 정부와 여당이 곱씹으면 좋겠다. 청구서가 아니라 공약이다. 쏟아지는 민원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공약만큼은 제대로 조속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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