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두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충남사무소)

노조에서 일한다는 것은 늘 누군가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늘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2023년 기준 한국에서 산재로 사망한 사람은 2천명이 조금 넘는다는 것이 정부의 집계입니다(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 2023년). 하지만 이 숫자는 드러난 통계일 뿐입니다. 제도 밖에서, 통계 너머에서, 얼마나 많은 죽음이 더 있을지 모릅니다. 하루 다섯 명. 여전히 우리는 사람들을 소모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참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선반 기계를 작동하던 노동자는 기계에 말려들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용균이라는 청춘이 컨베이어에 말려들어가 사망한 그 곳입니다. 수많은 약속이 있었지만, 대책은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또 혼자 일하다 사망했고, 기계에는 또 기본적인 방호장치도 돼 있지 않았습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가끔 우리는 한 걸음도 못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수많은 희생 위에 우리의 풍요를 쌓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노동자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리본을 여기저기 달고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언제까지 죽음 앞에 화를 내고 슬퍼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전기는 노동자 목숨의 대가로 우리에게 제공됐습니다. 우리 사회는 무엇이 문제일지, 답답하고 막막합니다.

안전에 대해 교섭하지 못하면, 사람은 계속 죽을 것입니다. 답답하고 막막하지만 우리는 대책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죽은 이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이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단체교섭이 이뤄져야 합니다. 가장 강력한 안전대책은 교섭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반법이고, 각 사업장에 필요한 안전 대책은 별도로 세워져야 합니다. 법이 정한 기준을 충족했다고 안전이 확보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방호벽을 세워야 한다면 필요한 벽의 높이는 공장에 따라, 그리고 공장 안에서도 작업 내용과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하청에게는 권한이 없고 원청에게는 의무가 없습니다. 사업장 내에서의 안전에 대해 사내하청 업체들은 보통 지배력을 가지지 않습니다. 투입해야 하는 사람의 수를 결정할 수도 없고, 사업장 내의 기계들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고 관리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번 사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망인의 목숨을 앗아간 기계는 원청의 소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원청과 교섭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원청 교섭'은 아직 일반적인 제도가 아닙니다. 결국 현실에서 위험을 말해도 들어야 할 사람은 듣지 않고, 들은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그렇게 결국 이번에도 사람이 죽었습니다.

본질적으로 다층적인 고용구조가 문제입니다. 망자가 사망한 곳은 원청(서부발전)-하청(KPS)-재하청(한국파워 O&M)으로 이뤄진 고용구조를 가진 곳입니다. 이런 다층적인 고용구조가 목표하는 바는 ‘비용절감과 외주화’입니다. 이 다층적인 고용 구조 안에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나 안전 같은 것은 존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다층적인 고용구조는 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안전은 외면해도 되게 만들었습니다. 노동자들은 발전소 폐쇄에 따라 삶의 기반을 잃게 생겼고, 위험한 업무에 사람이 필요해도 충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또 죽었습니다.

우리는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편안한 삶을 가꾸고 있습니다. 전기를 쓰지 말자는 것도, 석탄화력발전을 계속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누군가가 죽어가는 다층적인 고용구조는 고치자는 것입니다. 발전 방식의 전환이 정의로워야 하며, 그 과정에서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도하지 않는 사회를 원합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애도해야 할까요. 노동자의 죽음을 전해 듣고 하늘을 바라보며 장탄식하는 것에 익숙해진 자신이 싫습니다. 내 삶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놓여 있음을 확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안전에 대해 지배력을 가지는 자가 안전에 대해 교섭하게 하고, 다층적인 고용구조를 바꿔서, 이제는 애도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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