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님 기자

“불가능해 보이는 꿈” “메마른 사막” 권영국 민주노동당 전 대선후보와 한상균 전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독자적 진보정치를 4일 각각 이렇게 표현했다. 21대 대선 득표율 0.98%. 시민의 호응을 거리에서 마주한 권영국 캠프로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다.

0.98% “유권자들의 고심” “목 축임”
‘겸허히 안고 계속’ 다짐

권 전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구로구 민주노동당사에서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매우 아슬아슬하게 1%가 안 돼서 더 실망스럽다”며 “유세 도중 지지와 애정을 표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체감과 득표의 괴리감 때문에 아쉽다”고 밝히면서도, 내란세력 척결을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한 가운데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일 권 전 후보는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꿈이 이뤄질 때까지는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지만 꿈은 꿈을 꾸는 자에게만 현실이 될 것”이라며 ‘독자적 진보정치’라는 불가능한 꿈에 용기를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일 다음 날, 권 전 후보는 다시 이 말을 꺼냈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한 것처럼 그냥 가겠다. 제가 살아온 삶이 뭐 그리 달라지겠느냐”며 “진보정치라는 꿈을 결코 놓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한 전 총괄위원장은 득표율과 후원금, 유세 당시 시민들의 호응에 “목을 축였다”고 말했다. 한 전 총괄위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여전히 우리의 진보정치에 대한 갈증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고, 다음 여정까지 갈 수 있는 목을 축였다”며 “0.98%가 우리의 숙제로 와닿지만, 기반을 더 확고히 해서 진보정치가 민중의 희망이 될 수 있게 분투하겠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현판 이을까

권영국 캠프에서는 아쉬움과 희망이 양립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평가는 반반”이라며 “그래도 계속 함께 가자는 건 일치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들이 주목하는 건 쏟아지는 후원금이다. 이날 아침 기준 권영국 후보 후원계좌로 들어온 금액은 13억원을 넘었다. 지난 20대 대선을 마치고 들어온 후원금 액수 12억원을 넘어섰다.

연대연합을 어떤 형식으로 이어갈지 정리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당·녹색당·정의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가자! 평등으로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사회대전환연대회의)’가 공동으로 대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플랫폼이 된 정의당이 대선 전 당원총투표를 통해 당명을 민주노동당으로 바꿨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당명을 바꿨지만 투표의 내용은 다르다. 당시 총선에서 정의당은 녹색정의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되, 총선이 끝나면 정의당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안을 의결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선거 이후 다시 정의당으로 돌아갈 것인지, 변경된 당명을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대중에게 알려진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심이 깊다.

일단 민주노동당은 지역순회를 계획하고 있다. 11일 전북을 시작으로 강원, 광주, 대구, 경남 등 지역을 돌며 간담회를 진행한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가 민주노동당을 통해 대선을 치르면서 진보 3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망라하는 지역 선거대책위원회가 곳곳에 꾸려진 상태다. 이 조직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직 간 물리적 통합은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권 전 후보는 “지역 선대위에서 지역 단위의 공동행보를 할 수 있을지, 어떤 형태로 변화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그간 서로 분리돼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활동해온 역사가 있어 물리적 통합을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내부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서두르지 않고 계속 공통의 분모를 모아내면서 같이 대응할 조건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