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와~ 함성과 함께 그 아래 땅 디딘 사람들 간절한 바람 새긴 현수막을 달고 풍선이 하늘로 오른다. 어라, 바람에 눕는다. 아차차 자꾸만 옆으로 기운다. 연 날리듯 실 끝 잡은 사람들 손만이 위로 솟는다. 높은 자리 농성 100일이라고, 마음 무거운 사람들이 준비한 상징 의식이다. 공기보다 가볍다는 헬륨가스 넣은 풍선이 높이 솟아 농성장 가까이 닿는 상상을 했을 테다. 여느 때처럼 빈틈이 많아 내내 심각한 표정 사람들이 그래도 잠시 웃었다. 풍선을 올리고, 풍등을 띄우고, 전에 없이 커다란 무언가를 펼치고 찢는 일이란, 마음을 잘 보이게 드러내는 일일 텐데, 매번 쉽지 않았다. 마음만 앞설 때가 많았다. 그러니 할 말 많은 요즘, 행사 기획자는 창작의 고통에 잠 못 이룬다. 불탄 공장 옥상에, 새나 쉬어 갈 시시티브이 철탑에, 도로 위 교통정보 구조물 위에 삐죽 사람이 올라 버티는 장면은 이미 상징적이다. 더할 것도 없다. 뺄 것만이 남았다. 그것이 익숙한 풍경에 들지 않기를 바라, 곁을 지키는 사람들은 오늘 또 새로운 말을, 상징 의식을, 집회를 고민한다. 농성자는 땅으로, 해고자는 일터로, 이 뻔한 상식을 말하느라 또 하나의 상징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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