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성공약으로 부분 근로자대표제를 꺼냈는데, 오히려 여성의 노동조건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후보는 20일 오전 ‘여성이 빛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주제로 여성공약을 냈다. 부분 근로자대표제는 여성공약 중 가장 먼저 언급됐다. 여성노동자들의 의사로 여성 관련 노동조건 변경이 가능하도록 부분 근로자대표제를 근로기준법에 제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근로자대표 제도를 통해 노동자에게 노동조건에 대한 협의를 사용자와 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경영상 해고와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대체 유급휴일 등을 사용자와 합의해 결정할 수 있다. 김 후보가 약속한 부분 근로자대표제는 특정 직무·직종·직군 등으로 근로자대표를 쪼개는 방안이다.
국민의힘은 노동조건을 쉽게 변경하도록 제도가 정비되면 청년과 여성 등 이른바 ‘노동약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될 거라 판단하고 있다. 그러려면 노사 단체교섭 등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도록 바꿔야 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 공약개발단장은 18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직무·성과급으로의) 임금체계 변경이 중요한데 중장년 근로자가 반대하면 젊은이들이 아무리 원해도 교착에 빠지게 된다”며 “전체 노조가 아니더라도 부분 근로자대표를 만들어서 그것에 영향 받는 직군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이걸 왜 여성공약으로 넣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부분’이라는 것은 소수라는 건데,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조에 비해서 발언권 지위가 약할 수밖에 없다”며 “발언권이 센 사용자에게 제압당해 부분 부분 노동조건이 악화하면 전체로 확산하게 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여성 등 취약계층을 위하는 척하면서 사실 그들의 노동조건을 악화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향 설정이 잘못됐을 뿐 아니라, 여성과 청년이라는 포장지만 씌운 노동개악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 후보는 청년공약으로 고소득 전문직 노동자의 주 52시간 상한제 예외, 법적 요건 대폭 완화로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꺼냈다. 유연근무제 활성화는 청년의 시간주권 보장과 연결짓기도 했다. 이들 공약은 김 후보의 1순위 공약인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넣어놓아도 손색이 없다.
이슬아 공인노무사(노노모)는 “본인들이 원래 이야기하던 것에 ‘여성을 위한’이라는 단어만 붙이면 여성공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특별하게 새로울 것도 없이 페미니즘 사상검증 방지와 성별임금공개법 제정 등 여성계가 이야기해 왔던 의제에 대한 논의를 (국민의힘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