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이른바 ‘후보 교체 막장극’이 온 국민에 생중계되며 비아냥거리가 된 가운데, 기사회생한 김문수 대선후보가 “죽기살기로 이재명을 이기겠다”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약 3주.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가세해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국민의힘의 단합을 강조했지만 당 안팎 감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범야권은 “내란세력이 아스팔트 극우세력으로 대체되는 것”이라며 김 후보의 중도층 확장을 가로막고 나섰다.
다시 의원총회 간 김문수 “함께 가자”
국민의힘 공식 대선후보가 된 첫날 김 후보의 행보 키워드는 통합이었다. 그는 11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등록을 마친 뒤 바로 한 전 총리에게 향했다. 한 전 총리를 끌어안은 김 후보는 “사부님으로 모시고 잘 배우겠다”며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제안하는 등 화합을 시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전 총리는 “실무적으로 어떤 게 적절한지 논의하는 게 좋겠다”며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원총회 시작 전에는 모든 자리를 오가며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발언 도중 큰절을 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는 때로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대통령 후보로서 저 역시 더 넓게 품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제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화합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갈등을 봉합하려는 모습이지만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후보 교체 사태를 겪으며 당 지도부인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의 리더십에는 큰 금이 간 상태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사퇴하라는 주장도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친한(동훈)계의 목소리가 크다. 전날 김성원·김형동·배현진 등 친한계 의원 16명은 성명을 내고 “후보를 기습 교체한 것은 정당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며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해 온 권성동 원내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SNS에서 “권영세·권성동·박수영·성일종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문수나 한덕수나” 범야권 공세
김문수 후보는 후보 교체극 과정에서 친윤(석열)계인 당 지도부에 저항하며 당원뿐 아니라 진영을 넘는 주목을 받았다. 지지율 상승에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김 후보의 승부처는 중도층 확장인데,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 아니라 범야권의 공세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범야권은 일제히 김 후보를 저격했다. 주된 논지는 ‘김문수든 한덕수든 똑같다’로 정리된다. 한민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브리핑을 내고 “윤석열의 악취를 걷어낸 뒤 다시 전광훈의 악취로 채워서도 안 되고, 내란세력이 아스팔트 극우세력으로 대체되는 것 또한 국민께서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재관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이날 오전 논평에서 “김문수든 한덕수든 석열스러움에 차이가 없고, 눈곱만큼이라도 부끄러움을 안다면 후보등록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같은날 오전 민주당 선대위 신속대응단(단장 강득구)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망언집:김문수편’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제주 4·3은 명백하게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 “계엄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발언 등 성인지·역사관·민주주의관에 문제가 있음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