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배경
원고들은 2014년 12월께 현장직을 중심으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직후부터 회사는 조직적, 계획적 부당노동행위를 했고, 2019년 초 회사 사업장 등 주요 임원, 관리자들이 조직적 부당노동행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 유죄를 선고받았다. 금속노조는 관련사건에서 이 형사사건 기록을 송부받았는데 이 문건 중에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고의로 매년 하위고과를 주고 승격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금속노조가 아닌 조합원들과 확연한 격차를 유도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원고들은 이 문건을 확보한지 3개월가량만인 2019년 8월께 자료정리를 완료한 뒤 2019년 승격심사와 그 이전 인사고과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그러나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인사고과와 승격심사는 그 자체로 완결된 부당노동행위이고, 임금불이익은 그로 인한 효과에 불과하다며 구제신청서 접수 전 마지막 승격일인 2019년 3월1일자로 부당노동행위가 종료됐으므로 3개월의 제척기간이 도과됐다며 각하했다. 이에 원고들이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 원고들 주장 및 대상판결 제1심의 요지
원고들은 제척기간 문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① 이 사건 인사고과와 승격차별은 금속노조를 소수화시켜 경쟁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지속해서 유지하겠다는 사용자의 단일한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따라 발생한 다수의 행위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각 부당노동행위는 모두 종료되지 않은 채 노동조합법 제82조 제2항의 “계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② 달리 보더라도 인사고과와 승격차별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임금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므로, 부당한 임금지급은 부당한 하위고과, 승격누락의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하는 작위행위에 해당하므로, 임금불이익이 지속되는 한 부당노동행위는 종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1심(대전지방법원 2022. 2. 15. 선고 2020구합104971,104933(병합) 판결)은 위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인정해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한편 본안인 고과와 승격차별의 부당노동행위도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로 판결했다.
3. 원심의 판단
반면 대상판결의 원심(대전고등법원 2023. 5. 2. 선고 2022누10724, 2022누10731(병합) 판결)은 부당노동행위 본안에 대한 판단은 없이 제척기간 도과여부에 관해서만 판단했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척기간이 도과했다고 판결했다.
원고들의 ① 주장 관련, 사용자가 경쟁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금속노조 탈퇴를 유도했다는 부분은 부당노동행위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같은 기간 동안의 하위 고과 및 승격 누락을 계속하는 부당노동행위로 보아야 하는 이유와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 ② 원고들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들은 구제신청취지에서 ‘임금불이익’ 자체를 부당노동행위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구제신청기간의 진행 및 도과 여부는 원고들이 부당노동행위로 특정하여 주장한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족하므로, 위와 같이 원고들이 시정을 구한 부분까지 고려해 구제신청기간의 진행 및 도과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4. 대상판결의 요지
가. 고과, 승격의 결과에 따른 임금불이익도 ‘계속하는 부당노동행위’를 구성
일정한 단위 기간마다 인사고과나 승격 심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하거나 승격에서 탈락시키는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사용자의 의사에는 통상적으로 그에 따른 임금상의 불이익을 주려는 의사도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하위 인사고과 부여 또는 승격 탈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단위 기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과 하나의 '계속하는 행위'를 구성한다.
나. 단위 기간을 달리하는 고과 부여는 예외적으로 견련성이 드러난 경우에만 ‘계속하는 행위’가 성립
단위 기간을 달리하는 인사고과 부여 등과 이에 기한 임금 지급은 원칙적으로 하나의 '계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사용자가 여러 단위 기간 동안 단일한 의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리 수립한 계획에 따라 일련의 부당노동행위를 실행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드러난 경우에는 단위 기간을 달리하는 인사고과 부여 등과 임금 지급 사이에서도 ‘계속하는 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다. 원고들은 임금불이익을 주장했으므로 제척기간을 도과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구제신청서 별지에서 하위고과 및 승격탈락에 따른 임금불이익을 명시했고, 이유서에서도 인사고과 부여 등으로 인한 임금불이익이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을 충분히 개진했다. 그렇다면 원고들은 이 사건 구제신청 절차에서 2018년의 인사고과 부여 등과 2019년의 임금 지급을 모두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로 주장했다고 봐야 하고, 2018년의 인사고과 부여 등과 2019년의 임금 지급은 하나의 ‘계속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관한 위 원고들의 구제신청 부분은 구제신청기간을 도과했다고 볼 수 없다.
5. 평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는 노동위원회에 직권으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강제적인 조사권이 부여되고(노동위원회법 제23, 31조), 노동위원회가 구제명령의 내용과 관련해 구제신청의 취지에 구속되지 않고 원상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을 갖는 등 여러 면에서 직권주의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에 대법원도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구제받고자 하는 사항은 민사소송의 청구취지처럼 엄격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고 (중략) 구제신청서에 구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구제도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그간 노동위원회는 이와 같은 고과, 승격차별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제척기간을 엄격히 해석해 개별 고과, 승격이 이루어진 시점을 ‘부당노동행위 종료일’로 보고 그때부터 3개월의 제척기간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고과, 승격차별은 △정성적 요소가 많은 특성상 사용자의 내심의 차별의사를 입증하기가 곤란하고 △비조합원 집단과 통계적 비교를 통해 차별을 입증하려 해도 고과점수가 갖는 민감성으로 인해 비조합원들은 물론 조합원 집단의 원 데이터를 단기간에 수집하기도 쉽지 않다는 특성이 있다.
대상판결은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구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기존의 판례법리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고과와 승격 차별에는 통상적으로 그에 따른 임금불이익을 주려는 의사도 포함돼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차별적 고과, 승격심사 후 그 기간에 대한 임금지급 행위는 하나의 ‘계속하는 행위’를 구성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이로써 향후 노동위원회는 유사 사건에서 임금불이익 부분도 더욱 적극적으로 심리하고 실질적 구제명령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또 대상판결은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이기는 하나, 매년 반복되는 고과, 승격차별 또한 단일한 의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일련의 부당노동행위를 실행했다는 사정이 드러난 경우 전체 기간의 고과 부여 등과 임금 지급 사이에도 ‘계속하는 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즉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연도를 달리해 반복된 과거의 고과, 승격심사 전체가 ‘계속하는 행위’로서 구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과, 승격심사는 대개 매년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들을 ‘계속하는 행위’로 인정하지 않게 되면 신청인은 제척기간 준수를 위해 매년 반복적으로 별건의 구제신청을 접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단위 기간을 달리하는 고과, 승격심사도 ‘계속하는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 법리를 제시함에 따라 유사사건에서 차별이 계속된 과거의 고과, 승격까지 구제의 대상으로 포함시킴으로써 반복적 구제신청의 불합리를 해소하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