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내란 수괴 끌어내린 광장에 다시 깃발이 높다. 비가 내렸고 봄꽃이 떨어졌다. 젖은 깃발이 파르르 소리 내며 허공을 갈랐다. 합 맞춰 노 젓듯 일사불란했다. 배 그림 새긴 노란 깃발이 틈틈이 섞였다. 다시 4월이다. 파면의 광장에 언제나 우뚝 섰던 저 온갖 깃발 끄트머리엔 노란색 리본이 달렸다. 멀찍이서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파면이 무효라고 악다구니 치던 사람들이 성조기 들고 옆을 지났다.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소리쳤다. 울먹이던 사람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노란색 점퍼 차림 엄마 아빠 옆자리엔 보라색 점퍼 차림 사람들이 앉아 비를 맞았다. 부쩍 큰 아이들과 더 늙은 시민들이 뒷자릴 지켰다.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며 행정안전의 책임자는 떠났다. 나라와 국민 위한 새 길 찾겠다면서 내란 우두머리는 지지자와 포옹하고 주먹 쥐어 올려 보였다. 개선장군인 듯 퍼레이드하며 관저를 떠나갔다. 아무 말 적힌 저 깃발 쥔 사람들이 오래도록 비에 젖어 가며 우는 사람 곁을 지켰다. 지난 광장을, 더 오랜 광장을 곱씹었다. 할 일을 다짐했다.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세월호 11주기의 구호를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