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이튿날 야권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가동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이른바 ‘대통령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이 궐위 또는 직무정지 상태일 때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과 대법원장 추천 재판관 3명을 빼고는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통령 몫 3인의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못하도록 한 셈이다. 개정안은 재석의원 15명 중 찬성 11표, 반대 4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은 전원 반대했다.
한 권한대행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해 야권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은 “헌법을 파괴하고 권력 망상에 빠진 한덕수와, 국가 경제를 팔아 사익을 챙긴 최상목 두 사람은 이완용에 이어 역사상 최악 벼슬아치의 대명사로 남을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을 ‘매국노’에 빗대 비판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하고,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한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쓸지 여부에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은) 후보 카드이긴 하지만 아직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항의도 잇따른다. 이날 오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옛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과 이 법제처장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내란죄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비상행동은 “한 권한대행은 내란 정부 책임자로 반성과 자중을 해도 모자랄 판에 권한을 남용해 내란세력으로 헌법재판소를 장악하겠다는 것이고, 헌법과 주권자 시민의 의사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이 법제처장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 내란세력들과 안가에서 회동한 내란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