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하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해 파면을 결정했다(2024헌나8).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 포고령 발령, 중앙선관위 압수·수색, 법조인에 대한 체포 지시 등을 통해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평석에서는 탄핵심판의 주요 쟁점들을 검토하고, 이 결정이 헌법질서와 민주주의에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사건의 개요
윤석열은 2024년 12월3일 “대한민국은 야당의 탄핵과 특검, 예산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된 상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어 계엄사령관 박안수는 국회와 정당 활동 금지, 언론 통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포고령을 발령했다. 정부는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대를 투입했으나, 국회는 같은 날 밤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했고, 윤석열은 약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했다. 국회는 12월7일 1차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불성립했고, 12월14일 2차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4일 이를 인용했다.
2. 주요 쟁점 분석
(1) 국가긴급권 행사의 위헌성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실체적 요건과 관련해 헌법 77조 1항과 계엄법 2조 2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적과 교전 상태이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요구한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권 행사나 예산안 심의는 헌법상 정당한 권한 행사로, 계엄을 정당화할 위기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
절차적 요건과 관련해서는 국무회의 심의 흠결(헌법 89조 5호),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 누락(헌법 82조), 계엄 선포시 국회 통고 의무 불이행(헌법 77조 4항) 등이 확인됐다.
윤석열의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즉시 피청구인은 평상시에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헌법 77조 3항)”고 하면서 “그 본질은 단순한 경고에 그칠 수 없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2) 권력분립원칙 및 민주주의 원리 침해
윤석열은 군대를 동원해 국회 본관으로 진입하게 하고,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행위가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헌법 77조 5항)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포고령을 통한 국회·지방의회·정당 활동 금지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관들을 전면적으로 봉쇄하는 것으로,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헌법 117조, 118조) 및 정당 활동의 자유(헌법 8조)도 침해한다고 봤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중앙선관위에 대한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 선관위의 독립성(헌법 114조)을 침해했고,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체포 시도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국가권력이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와 권력분립의 틀을 근본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3) 법률과 헌법 위반의 중대성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두 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첫째, 헌법수호 관점에서 법 위반의 중대성이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이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에 대한 부인,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에 대한 위반과 관련해, 국회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국회의 권한행사를 방해한 행위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것으로써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 행위”로 평가했다.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에 대한 부인과 관련해서는,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에 부합하게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계엄 선포권 및 국군통수권을 남용해 국회, 지방의회의 권한, 사법권 및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하였으며,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행위가 법치국가원리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둘째, 국민의 신임 배반 측면에서 법 위반의 중대성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 재현”과 “대통령으로서의 권한행사에 대한 불신 초래”를 중요하게 지적했다. 특히 “가장 신중히 행사돼야 할 권한 중 하나인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태도를 보인 점”을 들어 “피청구인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은 점차 쌓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국정운영은 물론 사회 전체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 헌법적 의미와 평가
이번 결정은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남용에 대한 명확한 한계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국민은 오랜 기간 국가긴급권의 남용에 희생당해 온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1952년 부산정치파동부터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에 이르는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환기했다. 특히 “마지막 계엄이 선포된 때로부터 약 45년이 지난 2024년 12월3일 또다시 정치적 목적으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을 남용하였다”는 판단은, 민주적 헌정질서가 정착된 현대 한국사회에서도 권력 남용의 위험성이 상존함을 경고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또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헌법적 한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헌주의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법치국가원리, 헌법 66조 2항 및 69조에 따른 헌법준수의무를 부담하는 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윤석열이 주장한 ‘국정 마비’ 상황은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를 정치적 맥락에서 확대해 해석해 가장 강력한 국가긴급권을 발동한 것은 헌법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었다.
추가로 주목할 부분은 헌법재판소가 결정문 말미에 민주주의의 본질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 점이다. “민주국가의 국민 각자는 서로를 공동체의 대등한 동료로 존중하고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믿는 만큼 타인의 의견에도 동등한 가치가 부여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언급은 민주주의가 단순한 다수결이 아닌 상호 존중과 관용에 기초한 공적 의사결정 체계임을 확인한다. 윤석열이 국회를 “협치의 대상이 아닌 배제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이라는 판단은,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한 것이다.
또 본 사안은 직접적인 노동법 쟁점을 다루지는 않지만, 포고령이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지한 것은 노동 3권(헌법 33조)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러한 제한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윤석열의 노동 3권의 헌법적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평소 인식을 드러낸다. 노동 3권은 근로자의 단결·교섭·행동의 자유를 통해 노사관계의 실질적 자치와 균형을 도모하는 기본권으로, 이를 국가비상 상황에서 ‘소멸’ 가능한 권리로 취급한 점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였다.
4. 결론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국가긴급권의 헌법적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일부 정치적 갈등이나 야당의 권한 행사가 국가비상사태로 인정될 수 없다는 판단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와 견제는 해소와 조율의 대상이지 억압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이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는 결론은, 대통령의 권한이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비롯되며, 그 권한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만 정당하게 행사될 수 있다는 민주헌정의 기본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