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지정되지 않아 논란이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심판 결과를 24일 월요일에 선고하겠다고 하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일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이달 말이나 4월 초에 선고될 건 분명한 거 같다.
여야 모두 길거리에서 집회와 시위를 이어 가고 있는데, 특히 야권에서는 단식과 거리 행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속한 탄핵 선고를 주장하고 있다. 단식 중이던 정치인들이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서 긴장감은 매우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정치권의 긴장감이 반영되기라도 한 듯 여론조사에도 변화를 볼 수 있는데, 지난 목요일(20일) 공표된 전국지표조사(NBS) 3월 3주 결과에서는 흐름이 조금 바뀌고 있다. 먼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응답이 60%로 나타났다.
주요 지표에서 변화 조짐 나타나
NBS 조사는 이 같은 탄핵 찬반 질문을 올해 1월 2주부터 꾸준히 조사했는데, 1월 2주에는 탄핵 찬성이 62%였고, 그 이후에는 모두 50% 중후반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번 3월 3주에 60%로 올라섰다. 직전 3월 2주에는 55%였으니, 5%포인트 오차범위 내에서 탄핵 찬성 응답이 더 많아졌다. 오차범위 내의 변동이기는 하지만, 뭔가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가 있다.
왜냐면 다른 지표에서도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당 지지도인데,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직전 36%에서 2%포인트 상승해 38%가 됐고, 국민의힘은 직전 38%에서 6%포인트 하락해 32%가 됐다. 격차는 6%포인트로 오차범위에 딱 걸렸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해 12월 3주 39%라는 지지도와 거의 비슷한 38%가 된 거다. 상당히 높은 지지도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3주는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후였고, 당시에는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9% 대 국민의힘 26%로 무려 13%포인트 격차로 크게 벌어지던 시기였다.
12월 3주 당시 윤석열 대통령 국정 긍정률은 16%, 부정률은 79%로 나타나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이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었다. 지금 민심이 그런 상황과 비슷한 정도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진보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 회복 중
필자는 이 같은 변화가 진보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왜냐면 이번 3월 3주 NBS 조사의 진보 성향자 구성 비율은 25.4%였다. 직전 3월 2주에는 22.7%였다.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미세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주에는 28.5%였다. 당시에는 보수 성향자가 27.5%였으니 대등한 수준이었지만, 수치만으로 보면 보수 성향자가 덜 잡혔다. 중도는 33.3%로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잘 모른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중도 및 보류 응답이 40%대 중반 정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또한 보수보다 진보가 더 많이 잡히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 3월 2주와 3주 사이의 변화를 보면, 진보 성향자가 22.7%에서 25.4%까지 소폭이지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민주당의 지지도는 38%까지 올라갔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탄핵 찬성 응답도 55%에서 60%로 더 많아졌다.
만일 진보 성향자가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을 더 강하게 띠게 돼 더 많이 추출된다면 위의 응답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는 쉽게 추정할 수가 있다. 민주당 지지도는 더 높아질 수 있고,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 응답도 더 많아질 수 있겠다.
차기 대선 관련 지표도 변화 조짐
같은 NBS 3월 3주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와 정권 재창출 중 무엇에 더 공감하는지를 물었더니, 정권교체라는 응답이 절반 정도인 51%로 나타났다. 탄핵 찬반 문항과 마찬가지로 1월 3주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물론 NBS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 대비 열세인 조사는 없었지만, 직전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5%포인트로 오차범위 내였다. 정권교체 47% 대 재창출 42%였던 거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51% 대 36%로 무려 15%포인트 격차로 벌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실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민주당 후보라는 응답이 40%로 국민의힘 후보라는 응답 30% 대비 우세했다. 직전 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 36% 대 국민의힘 후보 35%로 대등했다. 한 주 만에 10%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인물을 불러주는 다자 적합도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3%로 이 같은 문항으로 조사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위를 차지한 김문수 장관은 10%로 두 자릿수를 지켰으나, 고점인 14% 대비 낮아진 수치다. 3위 오세훈, 4위 홍준표, 5위 한동훈 등 주요 4명의 국민의힘 주자 모두 같은 문항으로 조사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깜짝 놀랄 일은 인물별로 호감이 가는지를 개별 문항으로 물어본 결과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감도는 40%로 직전 결과 대비 6%포인트 상승했다. 김문수 24%, 오세훈 22%, 홍준표 17%, 한동훈 17% 정도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필자는 이같이 한 문항으로 호감하느냐를 묻는 문항에서 정당이나 정치인이 40% 선이 될 때 큰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그 이유는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의 브랜드와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누군가를 호감한다는 것은 다른 인물에 대한 비호감을 전제하는 경우가 많아서 각기 물어보는 질문에서 50%를 넘는 호감도를 보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이재명 대표가 보여주는 40%의 호감도는 낮은 호감도라고 보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다른 인물들의 호감도를 보면 이를 잘 알 수가 있다. 비호감 비율만을 보더라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는 57%인데 김문수 장관은 69%로 높은 비율이다. 오세훈·홍준표·한동훈 등 3명의 인물 비호감도는 모두 70%를 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 현상에서 인과관계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때때로 특정 정세에서는 진보 성향자가 여론조사에서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게 되면, 이처럼 큰 변화가 발생하는 것 같다. 정당 지지도부터 시작해서 차기 대선에 대한 인식까지 여론의 흐름이 뭔가 바뀌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위의 NBS 조사에서 나타난 진보 성향자의 추출 비율 변화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차기 대선 관련 지표에서는 큰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이는 아마도 중도 및 보수 성향자 중에서의 인식 변화도 함께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정세에서는 그 이유가 바로 헌재의 조속한 판결을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어쩌면 헌재의 판결이 늦어지면서, 진보 성향자의 적극성을 자극하고 그에 따라 여론은 크게 바뀔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NBS보다 하루 늦게 금요일(21일) 공표된 한국갤럽의 3월 3주 조사에서는 정당 지지도가 직전 결과와 같다. 하루의 시간차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건 지면상 독자에게 맡긴다.
메타보이스㈜ 부대표 (bongshinkim@naver.com)
[전국지표조사]
- 의뢰처 없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
- 3월 3주: 17~19일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 의뢰처 없이 한국갤럽 자체적으로,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조사.
- 3월 3주: 18~20일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co.kr)를 참조하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