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오른다. 붙잡을 것도 안 보여, 어찌 올랐는지를 아래 사람들은 모른다. 새들만 날아들 곳에 둥지 틀어, 겨우 서고 앉는다. 어찌 잠드는지도 알 길이 없다. 마음 저린 사람들이 그저 고개 들어 먹먹한 눈을 하고 바라보다 가끔 손 한번 흔들어 본다. 내란수괴 파면을 외치는 광장으로 향하는 행진이 매일 그곳에서 출발했다. 그 앞 노동청 유리창이 매끈해, 거울처럼 비쳤다. 겨울 다 가도록 내란은 끝나지 않았고, 계엄 즈음 시작한 그의 상경 싸움도 계속된다. 헌정을 지키려는 싸움, 그 거대한 물결에 덮일까, 필사적으로 삐죽 솟아오른 곳이 저기 철탑 위다. 굶고 기고, 천막 짓고 버틴 오랜 시간 동안 거칠어졌을 그 억척스러운 손으로 노조 깃발 붙들고 서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하청노동자 척박한 노동 현실을 깨닫는다. 내란의 주범과 그 동조자들의 악다구니 저항을 본 뒤에야 우리 사회 취약한 헌정질서를 돌아본다. 거울이다. 그러니 봄바람 불어도 겨울이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내려가는 법을 찾겠다고, 내란수괴 끌어내리는 길을 열겠다고, 그 아래에서 마음 아린 사람들이 매일같이 소리 높여 행진한다. 어두운 광장에 불 밝힌다. 새봄을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