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처음 만나 기업활동을 격려했다. 중도·보수 정당으로서 친기업 행보 굳히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개발자 취업준비생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는데도 노동시간이나 안전보건 문제 같이 ‘좋은 일자리’를 위한 노동조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표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를 찾아 이 회장에게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되고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며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SSAFY는 삼성이 운영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으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개발자 양성 교육을 취업준비생에게 제공한다.
이날 이 대표와 이 회장은 10분간의 비공개 회담을 진행한 뒤 SSAFY 교육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회사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등 재계가 이의를 제기한 현안이나, 이 대표가 정부로 논의를 떠넘긴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노동자 특별연장근로 인가 완화는 대화 주제가 되지 않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특별법이나 상법 개정안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발자 취업준비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일자리 미스매칭과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재기 기회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기업은 인재가 없다고 하는 건 인재 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이 간극을 줄이는 게 우리가 주력해야 할 부분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실패한 사람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이재용) 회장님도 동의할지 모르겠는데, 같은 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를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훨씬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AI(인공지능) 직접투자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까지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는 데 그쳤는데, 안정성이 담보돼 있다면 이제는 정부도 직접 투자에 참여해야 한다”며 “삼성에서 잘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 하나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도 많고, 그런 부분을 국가가 함께 하고 과실은 나누는 게 필요하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삼성이)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 내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과실을 누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실’이라는 표현을 간담회에 앞선 회동에서도 썼다. 이재용 회장은 별도의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 대표에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덕담했다. 이 회장은 “저희 삼성이 소프트웨어의 역량을 가지고 우리 사회와의 동행이란 이름 아래,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청년들을 미래를 위해, 단순히 사회 공헌을 떠나 우리 미래에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SSAFY를) 지금까지 끌고 왔다”며 “우리 SSAFY 교육생들과 우리 대한민국 미래, 또 AI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을 방문해주 신 점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