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사의 결정과 검사의 석방 지휘로 대통령 윤석열이 구속취소로 석방되면서 이 나라는 의문에 휩싸였다. 계엄군을 막아섰던 이 나라 국민들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 그리고 헌법 수호를 존재 이유로 하는 헌법재판소를 통해서 이 나라가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하고서 내란을 진압하고, 민주공화국을 수호할 것이라는 믿음은 철저히 짓밟혔다. 명문으로 법률(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판사가 구속취소를 결정했고, 검찰이 즉시 항고하지 않고 석방했다. 윤석열을 석방하기 위해서 작동했던 이 나라의 사법시스템은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근대 이후 확립된 기본적인 법원칙,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는 일이 이 나라에서 법을 집행하는 자들에 의해서 벌어졌다.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을 내세운 판사의 특이한 결정과, 그 결정의 취지에 공감한 이례적인 검찰의 승복으로 벌어진 내란범 석방사태는 누군가의 기획과 실행에 의한 것처럼 치밀하게 이뤄졌다. 과연 이 나라는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내란을 진압하고서 파괴된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심각하게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렇게 민주공화국을 수호하게 될 것인지를 의심하고 있는 오늘, 노동자의 기본권 행사와 무관할 수가 없는 법률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서 처리하겠다고 추진이 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서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그 3조4항에 “반도체 특구 입주기업체의 사용주와 근로자는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 법률상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반도체산업 노조 쟁의행위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을 우려했다고 매일노동뉴스는 보도하고 있다.(2025. 3. 17.)
2. 내란 진압에도 힘이 겨운 이 나라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한동안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문제라면서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그 예외가 인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토론회를 통해 현행 유연 근로시간제도로도 얼마든지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며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두는 데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이를 제외한 특별법이 민주당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국민의힘은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을 둬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주 52시간제의 예외라니, 나는 정말 할말이 많다.
이 나라에서 주 52시간제는 노동자의 최장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가 법률로써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를 노동제라고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52시간제가 바로 이 노동제인 것이다. 근로기준법 53조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1항), 여기서 ‘제5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을 말한다. 이 나라에서 사용자는 노동자를 1주간에 5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110조1호). 이렇게 이 나라 노동자의 노동제는 주 52시간제인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노동자의 최장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노동제의 역사는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 나아가 노동의 역사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오래된 것이다. 이런 노동제의 역사에서 보자면, 이 나라에서 주 52시간제는 정말 가소롭다. 해마다 5월1일이면 전 세계의 노동자들은 메이데이, 노동절로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1일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해서 총파업 투쟁을 전개했던 것을 기념하는 것인데, 이렇게 140년 전에도 이미 노동운동은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위해서 싸웠다. 1917년 러시아혁명 뒤 러시아에서 국가 입법으로 8시간 노동제가 도입됐고,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를 창립하면서 8시간 노동제에 관한 제호 협약이 채택됐다. 그리고 1935년 ILO는 주 40시간 노동제에 관한 47호 협약까지 채택했다. 당시 노동운동을 물론 사회운동은 민주혁명 단계에서 쟁취해야 할 과제로서 이러한 8시간 노동제를 포함해서 요구, 투쟁하고 있었다. 이렇게 노동운동의 요구로 각국의 입법과 ILO 협약 채택으로 이 세상에서 노동자의 권리로 노동제가 보장됐던 것인데, 일제 강점기에서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 독립운동에서도 노동제는 주요한 요구이고 강령이었다. 1945년 8월15일 일제 패망 이후의 해방정국에서도 8시간 노동제는 새로 건국될 국가가 보장해야 할 제정당의 강령, 민주혁명의 과제였다. 그야말로 모두가 민주공화국에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할 권리로 노동제를 내세워 투쟁했던 것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규정된 1일 8시간, 1주간 48시간이라는 노동시간 제도는 이러한 노동제의 역사에 따른 것이었다. 이러한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은 그 뒤 1주간의 노동시간은 48시간제에서 44시간제, 40시간제로 단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5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에 관한 노동시간제다. 근로기준법 50조의 노동시간, 즉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을 초과해서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110조1호). 근로기준법 50조와 그 위반에 대한 110조 처벌규정을 통해서 보면, 이 나라 노동자의 노동제는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이어야 한다. 이것이 앞에서 살펴본 노동제의 역사에 부합한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나라에서 이러한 노동제는 송두리째 부정되고 말았다. 이러한 노동시간에 대해 당사자 합의가 있으면 1주간에 12시간 연장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면서 이 나라에서 노동제는 졸지에 주 52시간제가 되고 말았다. 세계 노동운동이 요구하고 쟁취해 왔던 노동제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돼 이 나라 노동자에게 적용되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각종 유연근로시간제가 도입돼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이 나라에서 노동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으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50조의 노동시간을 이 나라 노동자의 노동제로서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를 위해서 주 52시간제를 규정하고 있다는 근로기준법 53조는 50조가 노동제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근로기준법 5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당사자 합의란 사전에 당사자 간에 합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한다고 봐야 하지, 대법원 판례가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단체협약·근로계약·노동관행 등 어떠한 식이든 당사자간 합의가 있으면 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판례처럼 53조의 당사자 합의를 파악하게 되면 50조는 그야말로 당사자 합의 없이 하는 강제노동에만 적용된다는 것이 되는데, 근로기준법은 당사자 합의로 하는 근로·자유노동에 대한 것이지 노예노동을 규제하는 법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렇게 살펴보고서 돌아와서 오늘 반도체특별법 추진을 보면, 주 52시간제의 예외 운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노동제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3. 오늘 민주당 등이 추진한다는 반도체특별법을 보면, 주52시간제 예외에 관한 규정은 빠졌다. 하지만 엄격히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 법률상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도입한다고 한다. 노동쟁의에 관한 법률은 당연히 준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렇게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특별법에 규정한다는 것이 타당한가. 굳이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는 것은 반도체 특구 사업장에서는 일반 사업장과는 달리 더욱 엄격하게 준수토록 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나라에서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 법률은 이미 너무도 노동자에게 엄격하다. 이 나라 노동자의 노동쟁의를 규제하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주체, 목적(대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 수많은 규제로 엄격하게 노동자가 노동조합 등으로 단결해서 파업 등 쟁의하는 것을 제한·금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가 단결해서 파업 등 단체행동할 자유는 형해화되고 말았다. 파업은 노동자의 자유지, 국가가 입법을 통해서 비로소 노동자의 것으로 보장될 수 있게 되는 권리가 아니다. 하지만 노조법 등 이 나라에서 노동쟁의에 관한 법률은 노동자의 자유를 철저히 부정하고 서 있다. 그러니 노동자의 자유가 제대로 행사될 수 있도록 노동쟁의에 관한 법률을 전면적으로 개폐해야 마땅한 것인데, 그 법률상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입법 추진이라니 이 나라에서는 노동자의 자유는 아무 생각이 없다. 노동자의 자유, 파업 등 단체행동권은 앞에서 노동제와 마찬가지로 민주공화국의 건국강령에 포함됐던 노동자의 기본권이었다. 세계 각국은 물론,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민주공화국을 위한 민주혁명의 주요 과제였다. 그런데 윤석열 등 내란세력에 의해서 파괴된 헌정질서를 회복해서 민주공화국을 수호하고자 하는 오늘 이 나라는 없다. 노동제 같은 노동자의 권리와 파업 등 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하겠노라고 내세우기에는 상황이 엄중해서, 당장 시급한 것은 헌법 파괴의 내란을 진압하는 것이라서 변명조차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엄중한 상황에 특별법을 입법해서 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를 더욱 박탈하고 제한한다니. 민주공화국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일 텐데 납득하기 어려운 짓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