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내란수괴가 말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시민들은 한겨울 찬 바닥에 앉아 은박지 덮어쓰고 버텼다. 혹독했던 그 추위도 순리 따라 물러가고 어느덧 봄볕에 바람 살랑 분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시민들은 오늘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목이 쉬어 간다. 공부를 놓을 수 없어, 밀린 일을 두고 볼 수도 없어, 저기 노트북 자판 치던 틈틈이 즉각 파면 구호를 외친다. 밤을 새울 짐을 꾸려, 저기 바퀴 달린 가방 끌고 나선 길이다. 불청객 황사를 피하려 마스크를 잊지 않았다. 지난 긴 여행길에 잘 썼던 목 베개 챙겨 긴 시간 집회를 대비했다. 노숙할 결심이다. 그곳 광장엔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싶다고,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뭐라도 해야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봄볕 아래 새잎 올리는 잡초처럼 저마다 결연했다. 깃발 꼭 쥔 사람들이 그 사이사이 삐죽 높았다. 여러 가지 색 입은 깃발들이 돛처럼 부풀었다. 집어등 밝힌 큰 배처럼 도심 대로를 천천히 나아갔다. 여태 지치지 않은 사람들이 파면과 함께 봄을 맞겠다고 겨울 끝 광장에 무성하게 돋아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