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은성 공인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

창원지방법원 1심에서는 정식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한 기간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2심은 인정했는데 이렇게 판단이 엇갈린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1. 1심 판결

1심 판결에서 노동자성을 부정한 근거로 든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당사자의 급여는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100% 인센티브제로 구성됐다. 인센티브(수수료) 정산율은 30-34%에서 2020년 2월 50%, 2020년 3월 70%로 변경됐고, 2020년 3월부터는 자신에게 배속된 인턴(파트너)의 임금을 인센티브(수수료)에서 공제‧지급하게 됐다.

② 매출 및 수수료는 선불권 판매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선불권 판매로 인한 매출 창출이나 그에 따른 수수료 취득에는 한도나 제한이 없었다.

③ 당사자가 받은 수수료 금액은 월마다 그 액수에 상당한 편차가 있었고, 당사자를 비롯한 사업장의 헤어디자이너들은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④ 사업장은 헤어디자이너별로 목표 매출액을 정하고 그 달성 여부도 관리했는데,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여도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고객들에 대한 어떤 내용의 서비스를 권유하고 선택할 것인지는 각 헤어디자이너들의 재량에 맡겨져 있었다.

⑥ 위촉계약 체결 후 3개월간은 정착지원금을 지급했으며, 계약서 첫 장에는 ‘언제든지 고용관계로 전환할 것을 청약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⑦ 헤어디자이너들은 개인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개인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가능했다.

⑧ 당사자는 “다른 미용실로 옮긴 후에는 제대로 프리랜서처럼 일할 수 있었고, 당해 사업장에서는 포장만 프리랜서이지 사실상 근로자처럼 일했다.”라고 말했으나 당사자와 같은 곳으로 옮긴 매니저는 “옮겨 간 미용실에서도 헤어디자이너는 근로자로 생각된다”라고 표현하고 있어 두 미용실 간 디자이너들의 업무 태양이나 계약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는지 의문이 든다.

한편, 노동자성을 긍정할 수 있는 요소로 든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헤어디자이너들의 업무시간과 휴무일은 미리 정해 놓았고, 아침에 전체가 참석하는 회의가 있었으며, 업무 후 모두 같이 청소를 했고 미용실이 초대하 종교 인사들이 진행하는 특강에 참석해야 했다.

② 특강이나 출근(아침 회의), 청소 등에 지각하면 사전에 정해진 지각비를 걷기도 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의 판사는 위 사실관계에 대해 “이러한 업무 환경이나 규칙 등을 근로관계를 나타내는 요소라고 볼 여지도 있으나, 업무시간이나 휴무 관리, 회의 및 청소 참여 요구 등은 같은 사업장에 여러 헤어디자이너들이 일하면서 필요한 업무상 조정 내지 협의 사항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이를 간단히 배척했다.

2. 2심 판결

반면, 2심 판결에서 노동자성을 긍정한 근거로 든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당사자의 급여는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100% 인센티브제로 운영됐지만, 지급비율은 피고인이 정한 것이고, 헤어디자이너들이 수수료 지급비율을 변경하거나 협의할 수 없었다.

② 2020년 3월 이후에는 헤어디자이너에게 지급되는 금원에서 인턴의 임금을 공제했으나, 인턴 채용 권한은 피고인에게 있었고, 인턴은 담당 헤어디자이너 외에 다른 헤어디자이너의 업무도 보조했다.

③ 헤어디자이너들은 실적에 따라 계약시 정한 액수의 돈을 지급받았는데, 별도의 이윤을 얻거나 손실을 부담하는 일은 없었다.

④ 사업장은 헤어디자이너별로 목표 매출액을 정하고 그 달성 여부도 관리했는데,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면담을 했다.

⑤ 피고인은 헤어디자이너들에게 개별적인 시술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는 않았으나, 업무 특성상 개개인의 시술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고인은 헤어디자이너들의 업무태도를 관리했고, 헤어디자이너들은 ‘서비스 매뉴얼 멘트’ 등을 따라야 했으며, 시말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⑥ 당사자는 위촉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서에는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고용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나 실제 고용관계를 전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고용관계로 전환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없었고,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선택의 여지 없이 위촉계약을 체결했다.

⑦ 그리고 이 사건 계약 및 상호건 업무협의서에는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고 겸직이 가능한 독립사업자라고 기재돼 있으나, 헤어디자이너들의 실제 업무형태는 재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⑧ 사업장의 스케줄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매니저가 편성했고, 헤어디자이너들은 지각을 한 경우 지각비를 내야 했다. 그리고 근무 중 개인 사정이 생긴 경우에는 피고인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2심 법원의 판결을 보면 확인된 사실관계 그 자체는 1심과 거의 다르지 않다. 그러나 1심에서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요소로 판단된 사실관계가 2심에서는 오히려 노동자성을 긍정하는 요소로 판단되고 있다. 예컨대 ‘업무시술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은 없었지만 업무태도를 관리했다.’, ‘급여는 100% 인센티브제로 운영됐으나 그 수수료 비율은 피고인이 정했고 헤어디자이너들이 변경할 수 없었다.’ ‘계약서에는 언제든지 고용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나 실제 고용관계로 전환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없었고,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계약서 문구와 관계없이 실제 헤어디자이너들의 업무형태는 재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등이 그렇다.

이걸 단순히 판사의 성향 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필자는 여기서 노동자성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실관계 읽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각종 노동관계법령은 공법상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외부로 비춰진 사실관계 일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실제 노동관계와 크나큰 괴리를 낳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실질주의 원칙’을 천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 것이다.

3. 엇길린 하급심 판단에 대한 소고

이번 사건의 1심 및 2심 판결문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굉장히 복잡한 심정이었다. 노동자성 사건을 주로 다투는 노무사로서 1심 판결에서의 판단 방식을 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서 자주 마주하기 때문이다. 지각을 하면 시말서를 쓴다고 들었는데, 지각한 적이 없으니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사업소득자로 위장되어 연차휴가와 같은 노동기본권을 누리지 못해, 부득이하게 결근하는 경우 대타를 구한 것이 "제3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대행케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농으로 당사자에게 "하루라도 개인 사정으로 빠지거나 아프면 안되지만, 지각이나 잘못은 해서 시말서를 써야 사건에는 유리하다"라고 말을 건넨다.

재판은 세 번까지 판단을 받아볼 수라도 있지, 노동청 사건은 재진정을 하는것 자체도 굉장한 용기와 부담을 안고 들어가야 하며 새로운 증거자료 없이 법리로만 다투는 것은 거의 인정이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그럴때마다 필자는 "노동청은 근로감독관을 잘 만나야 해요, 근데 저희가 정할 수는 없으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계시죠"라고 해야하나 고민이 든다. 진정을 접수할 때마다 치성을 드려야할 판이다. 노동청이 이런 오해를 피하려면 노동자성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전담 근로감독관 제도라도 만들어야 한다.

사건을 하다보면 근로감독관이나 노동위원회 위원 마음 속에 있는 '전형적인 노동자의 상'을 발견하고 헛웃음을 지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서 한 택배기사의 노동자성 사건에서 사건처리결과통지서에 적힌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근거 중 하나는 "배송물량과 배송지역은 정해지지만, 배송순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헤어디자이너가 노동자로 인정되려면 머리 한 움큼마다 지시를 받아야할 판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아무개 근로감독관은 위로랍시고 "택배기사는 원래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거 아시죠"라며 당사자와 대리인을 조롱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 틀렸다. 근로기준법 2조 1호는 근로자의 정의를 "직업의 관계없이~"로 시작한다. 적어도 우리 법은 노동자가 될 수 없는 직업을 사전에 결정해두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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