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논란이 됐던 연구개발 노동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적용 제외 조항은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는 전력망과 용수·도로 사용 지원, 세제혜택 등을 담을 전망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특별법·은행법·가맹사업법의 경우 계속해서 패스트트랙 추진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통과까지 짧게는 180일에서 최장 330일이 걸린다.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자 국민의힘에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 조항 논의는 유예하고, 합의된 산업 지원 부분만 담아 처리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제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용수·전력 지원과 세제혜택 등 반도체 대기업에 특혜를 제공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의 의석은 170석으로, 범야권의 협조가 관건이다.
12석을 가진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점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법안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혁신당과 협의 없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합의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은 셈이다.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반대해왔던 진보당과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혜규 진보당 대변인은 <매일노동뉴스>에 “반도체특별법은 재벌특별법이라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고, 이 입장에서 (패스트트랙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민주당도 반도체특별법에 반대하는 의견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기본소득당은 법안 내용을 검토한 뒤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한편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예고했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의 경우 여야가 합의할 여지가 생겼다고 보고 방향을 선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의 ‘배우자 상속세 폐지’ 제안을 수용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윤 원내대변인은 “여야 대표의 발언으로 어느 정도 정치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패스트트랙 대신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풀어가는 게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정무적인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