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내란 우두머리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다. 8일 윤석열은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듯이 서울구치소를 나와 기세등등하게 한남동 관저로 들어갔다. 국민의힘 등 탄핵 반대와 석방을 외쳐왔던 자들의 환호성으로 이 나라는 심란했다. 하루속히 탄핵과 처벌이 이뤄져 내란사태가 마무리되기만 기다리던 국민들에게는 12·3 비상계엄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도대체 이 나라는 갈팡질팡이다. 탄핵과 처벌로 심판해서 법적 절차에 따라 민주공화국이 굳건해지길 기대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아무런 권력도 가지지 않은 국민으로서 지켜본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과연 이 나라의 법은 민주공화국을 파괴했던 자들을 심판할 수 있을 것인가. 혹시 이 나라의 법은 윤석열의 임명한 자들의 농락으로 심판하지 못한 채 민주공화국이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2024년 12월3일의 밤부터 시작된 두려움이 이런 의문들 속에서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윤석열이 석방돼 버렸다. 이번 내란사태 진압을 통해서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으로 제대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왔던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나는 걱정이다. 이 나라의 법은 민주공화국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정말 걱정이다.

2. 윤석열에 대한 석방 지휘를 한 심우정 검찰총장은 인신구속 권한이 법원에 있다며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은 취임 뒤 계속 강조해 온 검찰의 기본적인 사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 및 즉시항고 포기가 “적법 절차와 소신에 따른 결정”이라고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사명과 소신이라니. 나는 뭐라 말할 것인가. 그는 검찰총장으로서 검사의 사명과 소신을 말한 것인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공부하면서 습득했던 검사의 사명과 소신을 그가 말한 것인데, 그는 과연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을 위해서 검사로 취임한 이후 자신의 사명으로 일해 왔을까. 이날 심 총장은 재판부의 구속취소 인용결정에 대해서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이 “인신구속에 관한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영장주의, 적법절차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한다는 판단이 있었고, 그에 따라 즉시항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어째서 나는 검사로서의 그의 사명과 소신을 믿지 않는 것일까. 정말 빌어먹을 법이다. 이 나라에서 인신구속에 대한 법집행을 할 권한을 가진 검찰과 검사를 이렇게 불신하다니 오늘도 법타령으로 사는 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겠지만, 나는 이렇게 내뱉지 않지 않고서는 못 견디겠다.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으로 내란을 저질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고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에 대한 법집행을, 윤석열에 대한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을 내세워 석방 지휘를 한 심우정 검찰총장이 말하는 법을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3. 윤석열 대통령은 1월15일 체포됐고, 검찰은 11일 만인 1월26일 기소했다. 그런데 1월18일 영장실질심사를 했고, 이는 구속기간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대로 10일 안에 기소를 한 것임에도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지귀연 부장판사)는 구속기간 만료 시기는 1월26일 오전 9시7분이 되고, 검찰은 1월26일 오후 6시52분에 기소를 했으니, 구속기간이 지난 상태에서 기소를 했다며 구속 취소를 인용 결정했다. 형사소송법에서 명백히 ‘날’로 규정하고 있지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시간으로 파악해서 이같이 재판부가 결정했다. 이것은 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밝힌 바와 같이 “구속 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명백히 반할 뿐 아니라 수십년간 확고하게 운영된 법원 판결례 및 실무례에도 반하는 독자적이고 이례적인 결정”이다. 재판부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이번 구속 취소 인용결정에서는 체포적부심 기간도 제외하지 않고 구속기간에 포함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매우 독단적이고 이례적인 법원의 인용 결정인데,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검찰은 이러한 법원 결정이 나오면 당연히 즉시항고 등 불복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이번 법원의 윤석열에 대한 구속 취소 인용결정에 대해서는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적법절차와 인권 보장을 내세우면서 검찰총장 심우정은 검찰의 사명과 소신을 말했다. 검찰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재판부의 윤석열에 대한 구속 취소 인용결정이 ‘형사소송법 규정에 명백히 반할 뿐 아니라 수십 년간 확고하게 운영된 법원 판결례 및 실무례에도 반하는 독자적이고 이례적인 결정’이라면 마땅히 즉시항고해서 윤석열이 석방되지 않도록 하면서 상급법원에서 인용 결정이 파기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하지만, 느닷없이 적법절차와 인권 보장 운운하면서 순순히 법원의 인용결정 뒤 윤석열을 석방하고 만 것이니 이번 법원의 구속 취지 인용결정에 대한 검찰의 비판 논리에 반하는 행동을 검찰은 했던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짓을 대한민국 검찰은 오늘 벌였다. 검찰총장 등으로 자신을 임명해 준 윤석열에 대한 충정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12·3 비상계엄이라는 내란의 공범이라야 오늘 검찰의 행동은 이해가 된다. 충정이든 공범이든 대한민국 헌법과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 이 나라의 법이 선언한 검사 및 검찰로서 해야 할 행동일 수 없다. 이 나라의 법이 수사권을 행사하고, 독점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하며 공소유지 권한을 부여한 취지를 망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국가공권력을 사적으로 행사하고, 내란 진압을 방해하는 것으로 민주공화국의 검사, 검찰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행사하고, 그것으로 범죄행위를 벌이는 것을 내버려두고서는 민주공화국은 고사하고 국가로서 온전히 설 수 있기를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짓을 이 나라에서 심우정의 검찰은 자행했다.

4. 오늘만큼 검찰이 권력을 노골적으로 사적으로 행사한 적은 없었다.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이 대통령직에 취임한 뒤부터 줄곧 검찰은 그랬다. 마치 검찰정권인 양 윤석열 정권에서 검찰은 행동해 왔고, 12·3 비상계엄에 있어서도 일정한 역할을 했을 거라는 의혹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심각한 것은 검찰총장 등을 비롯한 검찰의 고위검사들만이 아니라, 검찰 자체가 그렇게 돼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검찰총장 등 일부 고위층 검사들만이 그런 것이라면, 이번 검찰총장의 윤석열에 대한 석방 지휘에 당연히 대부분의 검사들이 반발해서 행동해야 했겠지만, 이런 모습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가 없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부터 검찰은 한몸으로 행동해 왔다. 그것이 수사권 독립문제 때문이든 뭐든 이 나라에서 검찰은 윤석열과 하나였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 윤석열의 석방에 있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사권의 일부를 행사하면서 독점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하고 공소유지 권한을 행사하도록 이 나라의 법이 검찰(검사)에게 부여한 것이니 당연히 검찰(검사)은 법이 부여한 대로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수사권이 있든 없든 기소권과 공소유지 권한을 부여받은 검찰(검사)은 민주공화국의 법질서를 파괴하는 범죄자들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민주공화국은 불행해질 수 있다. 12·3 비상계엄사태처럼 권력자의 내란행위에 의해서 짓밟히면, 민주공화국을 회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염려가 사실이 될까 나는 걱정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 이 나라에서 검찰(검사)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면, 12·3 비상계엄으로 발생한 내란 등 민주공화국을 짓밟은 범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기소를 할 것이라고 나는 기대하지 못한다. 직권남용 등 자신이 가진 모든 수사권한을 행사해서 범죄자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주요 임무종사자 몇몇을 제외하고는 오늘도 여전히 권력자로 제자리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이 이 나라에서 내란사태 진압을 방해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자들 중 극히 일부만이 수사받고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실, 총리 및 부총리와 각부 장·차관 등을 비롯해서 그들을 보좌했던 자들에 대해서 엄정한 수사와 기소를 통한 사법적 심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검사)이 제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에 대한 석방 지휘를 통해 석방하고서 심우정은 ‘인신구속에 관한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영장주의, 적법절차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 운운했지만, 12·3 비상계엄이야 말로 명명백백하게 여기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였다. 검찰총장으로서 지휘를 행사해서 수사·기소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 나라에서는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오늘 이 나라는 정권이 바뀌어 더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게 돼,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와 기소를 통한 사법심판만 기대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것이 오늘 이 나라에서 검찰 및 검사의 실체다. 도저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검찰이고 검사로서 사명과 소신에 따라 일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마치 윤석열의 사병처럼 행동하는 검찰이라니,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검찰총장 심우정은 석방 지휘를 통해 윤석열을 석방하고서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이 검찰의 사명이라고 말했지만, 결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대한 사명이라고 볼 수 없었다. 내란죄를 저지른 우두머리 윤석열을 석방한 심우정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윤석열에 대한 것이었을 뿐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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