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이다. 내란의 겨울이 끝나지 않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봄이 찾아왔다. 윤석열의 비상계엄령으로 얼어붙었던 사회적 겨울. 이를 뚫고 봄의 전령사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봄을 불러오고 있어 반갑다.
윤석열 정부는 ‘일터 안전에서, 국민 안심으로’라는 산재예방 캠페인 슬로건을 내세웠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곧 사회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올바른 인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구호와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사업장의 자율적 예방체계 확립과 노동자 참여를 통한 안전의식 확산을 뼈대로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사업장의 자율적 예방체계 확립의 파트너가 돼야 할 대상인 노조를 적대시하고 탄압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연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계엄령과 다를 바 없는 업무개시 명령에 의해 정당한 권리를 짓밟혔다. 안전운임제는 과로와 속도전에 내몰리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숨 쉴 틈을 마련해 준 제도였다. 건설 현장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부실시공을 막는데 앞장섰던 건설노조는 ‘건폭몰이’에 희생됐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정부가 선포한 비상계엄 이전부터 노동현장은 이미 숨 막히는 계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안전을 요구하는 것이 금기가 되고 탄압의 대상이 된 상황의 결과로, 우리는 이제 중대재해와 참사 소식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부산 반얀트리 호텔 화재 참사, 안성 고속도로 교량 공사장 붕괴 사고까지. 충격적인 사건들이 마치 예정된 일정처럼 연이어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까지 국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이미 16건에 달한다. 지난해 발생한 243건의 사망사고와 비교해 볼 때, 짧은 기간에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의 사고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상황 또한 절박하다.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운임은 급격히 하락했고, 생계 유지를 위해 노동시간은 길어졌다. 화물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하루 평균 2.6시간이나 감소했다고 한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운전자들이 화물을 가득 싣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상황은 또 다른 대형 참사를 예고한다. ‘저녁 있는 삶’과 ‘워라밸’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있어 안전운임제가 시행됐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은 그저 “꿈꾸던 시절”로만 기억될 뿐이다.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와 안전이 보장되던 짧은 순간이 다시 빼앗긴 자리에는 막막한 현실만이 남았다.
노조의 존재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국내·외의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문제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작업환경·고용형태·노동시간·노사관계 등 복합적인 사회적 요인들이 맞물려 만들어 내는 구조적 현상이다.
노조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다.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며, 더 나은 작업 환경을 요구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노조다. 노조가 지워진 자리, 안전도 지워졌다. 그리고 안전이 지워진 자리에는 노동자에게는 반복되는 중대재해가, 시민들에게는 불안한 일상이 자리 잡았다.
노동자들이 침묵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포고 대상 1호였던 화물연대, 2호였던 건설노조가 내란 종식의 선두에 서겠다며 전국 대행진을 선언했다. 자신의 일터를 바로 세우겠다며 나섰다.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 놓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외침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응답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란의 겨울을 끝내고 새로운 봄을 부르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함께하는 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연대의 자세다.
내란의 겨울이 끝나고 있다. 그 겨울을 끝낸 것은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끈질긴 저항과 연대였다. 우리가 그들의 봄바람에 함께 호흡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