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

1. 사안의 개요

한화오션 주식회사(이하 한화오션)는 거제시에서 조선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주식회사 건우테크(이하 건우테크)는 21년경 한화오션으로부터 한화오션의 사업장 내 승강설비에 대한 점검·유지·보수작업 일체를 연간 단위로 도급(이하 이 사건 계약)받아 수행한 승강기설치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건우테크 소속 재해자는 2022. 3. 25. 13:30경 거제시 한화오션 사업장에 설치돼 있는 높이 약 65미터, 정격하중 100톤의 이동식타워크레인에 설치된 승강설비의 리프트 와이어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크레인 하부에 있던 승강설비 박스형몸체 상부에 올라가 있었다. 그런데 크레인 상부에서 작업하던 동료 작업자가 약 60미터 아래로 와이어에 연결돼 있는 철제 소켓(무게 3~5kg)을 수직낙하 하게 해 철제 소켓이 재해자의 머리에 맞았고(이하 이 사건 재해), 재해자는 같은 날 16:26경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및 뇌압상승으로 인한 호흡중추마비로 사망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하청 건우테크 소속 피고인들

1) 건우테크 근로자 3명(현장소장, 작업반장, 동료작업자) : 업무상과실치사 유죄

법원은 하청업체 건우테크 소속 근로자 3명에게 사회상규상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① 현장소장은 낙하물에 의한 사고 발생의 위험이 낮은 작업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작업을 하게 함으로써, ② 작업반장은 크레인 상부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크레인 하부에서 작업을 진행하지 말고 낙하물로부터 안전한 위치·장소에서 대기할 것(상하동시작업금지)을 명확히 지시하지 않음으로써, ③ 와이어를 하강하게 한 동료작업자는 재해자가 크레인 상부에서의 낙하물로부터 안전한 위치·장소로 이동할 때까지 작업을 중단하지 않음으로써 각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2) 건우테크 대표이사 및 법인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무죄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업무상과실치사 각 유죄

법원은 건우테크 대표이사 및 법인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산업안전보건법 38조,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14조 및 39조) 및 법률규정상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건우테크 대표이사는 작업지휘자로 건우테크 현장소장과 반장을 선임했고, 낙하물 방지망 내지 방호선반을 설치할 공간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작업지휘자 선임 의무의 이행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단지 명목·형식적으로 이행의 외관만을 갖췄음에 불과하고, 낙하물방지망 내지 방호선반은 임시적으로 설치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도 설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며 건우테크 대표이사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한 법원은 연간 단위 도급 내정가인 3억 8천만 원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입찰을 해 안전관리비용을 포함하지 못한 것이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 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건우테크와 한화오션 사이에서 체결한 승강설비 점검·유지·보수작업 일체에 대한 공사대금이 2억 2천300만 원이므로 중대재해처벌법 부칙 1조에서 규정하는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건설공사에 해당하는바, 22. 3. 25. 발생한 이 사건 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돼 적용이 배제되므로 형사소송법 325조 전단에 의해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할 때”에 해당해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나. 원청 한화오션 소속 피고인들

1) 한화오션 조선소장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유죄

법원은 위 가의 2)항 두 번째 문단에서 살폈듯이 한화오션 조선소장은 현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안전조치의무위반 및 법률규정상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2) 한화오션 대표이사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무죄

법원은 위 가의 2)항 마지막 문단에서 살폈듯이 이 사건 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3) 한화오션 법인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무죄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유죄

법원은 위 가의 2)항 마지막 문단에서 살폈듯이 이 사건 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한화오션의 법적 지위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한화오션은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니라 건설공사도급인에 해당한다며 위 주장을 배척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인 승강설비에 대한 점검·유지·보수작업은 건설산업기본법상 승강기설치공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도급사업주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는 인천항만공사 대법원 판결을 원용하며 법리를 제시했다.

법원은 대상판결에서 ① 크레인 승강설비 와이어 교체 작업의 상시성 및 조선업에서의 필수성과 한화오션의 규모 등에 비춰 승강설비의 점검·유지·보수 작업이 사업 운영의 경제적 관점에서 가능해 원청인 한화오션이 유해·위험요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한화오션은 이 사건 계약 체결 과정에서 최저가 입찰 방식을 선택해 안전관리비용 자체를 포함하지 못하게 했음에도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관리·통제에 대한 협조를 충분히 하지 아니한 점, ③ 최소한 비전문가적 입장에서는 최대한 그 적정성을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수급인의 전문역량이 요구되지 않는 다른 사항에 대해서 수급인과의 협의 등을 통해 수급인과 함께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한화오션이 규범적으로 건설공사도급인에 해당하며,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한화오션 법인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치사)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2025. 3. 4.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은 38건이 선고됐으며, 대상판결은 37호 판결(선고일순)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중 유예규정 적용으로 형사소송법 325조 전단 무죄가 선고된 사건은 대상판결을 포함해 2건(26호 지디종합건설 판결)이고, 형사소송법 325조 후단 무죄가 선고된 사건은 1건(32호 평화오일씰공업 판결)이다. 형사소송법 325조 후단으로 무죄가 선고된 판결은 항소심에서 파기될 것으로 보이며, 중대재해처벌법 부칙 1조에 따라 유예규정이 적용된 형사소송법 325조 전단으로 무죄가 선고된 판결은 상소심에서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대립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재유예의 결과는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의 큰 장애요소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중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5건(2호 한국제강, 15호 엠텍, 20호 삼강에스엔씨, 28호 바론건설, 34호 신성산업 판결)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조선소장이, 15호 엠텍 판결에서는 경영책임자가 실형이 선고됐음에도 불구속됐다. 이처럼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57조 2항의 개정은 실형이 선고됐음에도 구속 여부를 달리해 또 다른 차별을 양산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연간 약 400명의 노동자 중 약 200명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됨에도 검찰은 2022. 1. 27.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약 600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 중 약 75건만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로 기소했다. 검찰의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뤄져 처벌돼야 할 경영책임자를 불기소하는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원청 경영책임자와 법인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불기소는, 인천항만공사 대법원 판결과 대상판결에 비춰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로 제대로 기소만 하더라도 원청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음에도 이루어지는 것인바, 검찰의 객관성, 공정성을 흔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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