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가까워질수록 국민의힘의 ‘극우 질주’가 빨라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탄핵소추 주인공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정국에 대한 지혜를 구했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헌법재판소를 쳐부수자”는 소속 의원의 발언까지 나왔다.
야당은 국민의힘에 “정상적인 정당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하는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야당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최 권한대행을 대화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정협의체를 보이콧한 상태다.
여당 “보수정당이 지혜 구해야”
박 전 대통령은 ‘단결’ 강조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3일 오후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정국과 당이 가야 할 길 등에 조언을 구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여러차례 윤 대통령이 수감된 것에 마음이 무겁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여당이 단합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며 “의원들의 개인행동이 지나치면 상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말씀을 주셨고, 이번 위기도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극우층 결집을 위한 행보를 이어 간다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언론에 ‘교정’을 부탁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적 혼란 사태 속 정국이 매우 엄중하고, 전직 대통령이신 국가 원로를 찾아뵙고 지혜를 구하는 것은 보수정당 대표주자가 해야 할 일”이라며 “아쉽게도 헌법재판 과정에서 헌법적 원리와 절차들이 많이 훼손됐기 때문에, 견제하다 보니까 저희가 약간 편향됐다는 언론의 시각을 느끼는데 간곡히 교정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헌법·사법기관을 공격하자고 선동한 소속 의원의 발언을 두고는 “개인의 어조들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일축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집회에서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선거관리위원회·헌법재판소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며 “쳐부수자”고 말했다. 이른바 ‘서울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킨 전례가 있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여당 의원이 직접 2차 폭동 가능성을 열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은혁 재판관 임명 여부 주목
여당, 최상목에 “임명 마라” 지침
야당은 “여당은 극우 세력과 야합해서 헌정 질서를 부정하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실상 윤 대통령을 옹호했던 국민의힘이 한발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가겠다고 한다”며 “다시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시무총장은 서천호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마 후보자 임명 여론전이 뜨거운 상황에서, 이목은 다시 최 권한대행에게 쏠린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국정협의회에 계속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4일 국무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추경(추가경정예산)이 걸려 있는 만큼 강경한 태도는 아니었다. 김 사무총장은 “당면한 현안인 추경 문제를 처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최 권한대행의 행동을 보며 인내심 있게 대화하고 싸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 논의는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국무위원들 반대도 예상되는데, 이미 마 후보자 임명을 한번 거부한 최 권한대행이 이번에도 임명을 미룬다면 헌재의 결정을 무시하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 여당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2일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라며 국회 본청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이날 오후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정치적 혼란을 무리한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더욱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며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