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12·3 내란사태로 줄줄이 취소됐던 의원단 해외출장이 재개된 모양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해외출장 소식이 간간이 들린다. 의원외교 차원에서 필요성을 부정하긴 어렵다. 다만 때와 장소가 타당한지 가려볼 일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단 일부가 28일 덴마크와 스웨덴을 방문한다고 한다. “또 말뫼인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또 말뫼다. 이른바 ‘말뫼의 눈물’로 표상되는 산업의 쇠퇴와 전환, 그리고 성공적인 혁신은 정말로 신화가 됐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30년 전 위기를 겪은 도시의 경험을 30년 뒤에도 찾아가 배우겠다고 나설 일인가. 산업전환과 사회적 대화,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한 우리 논문도 족히 100건은 넘을 것이다. 스웨덴노총과 경영자총연합회를 방문한다고 하니 이번엔 좀 더 잘 배우고 오길 바랄 뿐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덴마크다. 스웨덴에 앞서 방문하는 덴마크에서는 자원회수시설과 그린수소 발전 연구개발센터, 풍력환경영향평가 컨설팅센터 등을 시찰한다고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일정인가 싶었는데 환노위의 일정이 맞다.

덴마크 에너지청을 방문하고 해상풍력 단지를 직접 시찰하는 것이 핵심이다. 덴마크는 해상풍력 강국이다. 지난해 기준 2.7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고 2027년 1기가와트 규모 단지를 완공한다. 우리나라는 초라한 수준이다. 2030년 해상풍력 목표는 14.3기가와트로 호기롭지만, 지난해 기준 상업 운전 중인 용량은 0.1기가와트에 그친다.

그래서 해상풍력특별법을 토대로 해상풍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인데, 방향이 덴마크완 다르다. 산업계와 국회는 덴마크 해상풍력을 보면서 ‘원스톱샵’을 강조한다. 복잡한 인허가를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주민에 대한 설득과 설명, 심지어는 해상풍력 설비를 어디에 만들면 좋을지까지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 반면에 우리나라 해상풍력특별법은 환경영향평가를 우회하고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한다. 덴마크가 ‘원스톱’이라면 우리는 ‘논스톱’이다. 게다가 이미 법률을 통과시켜 놓고 산자위도 아닌 환노위가 지금 방문해서 무엇을 보겠단 것인가. 오답 쓰고 시험공부하는 격이다.

기왕 떠나는 길이니 그래도 잘 다녀오길 바란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상향에 따른 일자리 전망과 산업전환을 위한 노사정 대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유람이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니 출장보고서를 기대하겠다. 위태로운 민주주의는 시민에게 맡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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