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1997년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 쓰인 문구다. 배달통을 든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외친 그 한마디가 한참 유행했다. 어디든 간다고 알려진 중국집 배달원은 늘 반가운 존재였다. 일터에서 고된 일을 잠시 쉬어 갈 때, 또 이삿짐을 겨우 풀고 허기를 채울 때, 신문지 깔고 먹던 그 맛을 우리는 사랑한다. 짜장인지, 짬뽕인지가 다만 어려운 문제였다. 뻔한 주머니 사정 탓에 탕수육을 시킬지가 고민스러웠을 뿐이다. 해고된 호텔노동자가 번화가 높은 자리로 이사를 했다기에 서둘러 집들이 나온 사람들이 길바닥에 쪼르륵 앉아 짜장면과 짬뽕을 먹는다. 허기를 달래고 한기를 다스린다. 연대의 온기를 그 앞 철제구조물 위태로운 잠자리에 전한다. 언제 어디라도 달려가지 않는 곳이 없어, 무지갯빛 단결투쟁 머리띠는 남태령 고개에서, 거제 조선소에서, 또 한화빌딩 앞 비닐 집에서, 구미 어느 공장 옥상 앞에서, 탄핵 함성 높은 광화문 곳곳에서 휘날린다. 덕분에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말할 기회를 얻는다. 비명은, 호소는, 또 선동은 비로소 메아리를 찾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