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노동계를 달궜던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무력화 입법 논의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대 노총을 만나 “고용노동부 권한과 법리 내에서 하는 것을 왜 우리(민주당)가 동의한다고 해야 하냐”며 입법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도 “(산업 지원과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는) 패키지가 아니지 않냐”고 선을 그었다.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다음 국정협의회 실무협의 날짜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국정협의체에서 반도체특별법과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연금개혁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노동계에서 반발이 심했던 반도체특별법 연구개발직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 조항에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 대표는 국정협의체 다음날 양대 노총과의 만남 자리에서도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 조항을 반도체특별법에 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국노총에서 “사용자쪽이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는 안 해도 되니 기존의 변형근로제도에 대해 노동부 승인을 쉽게 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우리(민주당)에게 동의했다고 밝혀 달라고 하고 있다”며 “노동부 권한과 법리 내에서 하는 것을 왜 우리(민주당)가 동의한다고 해야 하냐”고 말했다. 입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알아서 하라며 정부에 공을 넘긴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 조항을 반도체특별법에 꼭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석수가 부족해 야당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입법이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을 거듭 언급하며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입장 선회를 비난하고 있다. 이날 오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말이 오락가락한다”며 “반도체특별법 52시간 예외를 두겠다고 했다가, 민생회복지원금 포기하겠다고 했다가, 금방금방 말을 바꿔서 말을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