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뒤죽박죽이다. 혼돈의 세상이다. 탄핵 법정에서 피소추인 윤석열의 거짓말이 뻔뻔하게 계속되고 있고, 법정 밖에서는 내란세력과 동조자들의 여론 왜곡과 조작이 판을 치며 광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지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탄핵 반대를 넘어서 비상계엄 옹호까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분명히 허황된 구호여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 뻔뻔함을 넘어 이제는 당당하게 외쳐대는 것을 들으면서 나는 오늘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거짓이 질주하는 이 나라의 허황한 거리를 걷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2. 이 나라에서 12·3 비상계엄의 해제로부터 시작된 내란 진압은 힘에 부친다. 우두머리와 주요임무종사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했지만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투입에 직접 관여한 대통령 윤석열과 그 수하 몇 명이 전부다. 구체적인 기획, 실행 계획 및 실행의 전모와 그에 관여한 자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12·3 내란사태의 진상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분명히 민주공화국에 대한 공격이 있었건만, 겉으로 드러난 공격행동 말고 그걸 작당해서 기획하고 추진했던 범죄의 실체는 수사되지 않고 있다. 그들만이었다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란죄로 입건돼 수사받고 있는 자들, 윤석열과 몇 명이 전부였다면 이렇게 이 나라는 내란 진압에 힘 겹지 않았을 것이다. 국군의 주요 부대 장군들이, 대통령을 비롯해서 주요 권력부처의 장관들이 부대와 부처 몰래 내란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휘하는 군대와 정부부처를 동원해서 한 것이니 대한민국의 군대와 정부가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내란행위에 가담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나라는 힘에 부친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다. 민주공화국을 공격한 범죄행위를 발본색원하지 않고는 온전히 민주공화국을 지켜 낼 수 없는 것이기에 공격자들에, 범죄자들에 이 나라는 철저한 진압으로 대답해 줘야 한다. 진압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온전히 민주공화국일 수 있다.
3. 적에 대한 진압 없이 공화국은 없다. 공화국의 적과 섞여서는, 공화국을 부정하는 독재자를 추종하는 왕당파와 섞여서는 공화국은 없다. 공화국을 공격하는 적을 소탕해서 진압하지 않고는 민주공화국을 건설하고 수호해 나갈 수 없다. 고대의 그리스와 로마에서, 중세의 도시국가 피렌체에서도 공화정은 그렇게 건설되고 지켜질 수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위인이라도 도편추방제도로 쫓아내서 아테네의 공화정을 지켜냈고, 위대한 시저를 죽이는 브루투스의 심정으로 지켜내지 못해서 로마의 공화정은 무너지고 황제가 통치하는 제정 시대가 왔다. 중세의 성벽을 허문 도시국가 피렌체에서도 결국은 위대한 메디치가의 지배를 뿌리치지 못하면서 공화정은 무너졌다.
공화국의 적, 왕당파에 대한 진압은 정치적·물적 기반을 박탈해서 공화국에서 다시는 준동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공화국을 부정하고 1인 지배의 군주정이나 소수 지배의 독재 나라를 기도하는 공화국의 적, 왕당파에게는 공화국의 시민권자로서 지위를 박탈하고, 재산 등 그들의 물적 기반까지 뿌리 뽑아야 한다고 인간의 근현대사는 기술하고 있다. 결코 공화국을 부정하는 적과 함께 공화국을 건설하고 유지해 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프랑스 등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보면, 공화국의 적은 시민의 법정에 세워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서 농지개혁 등을 통해 농민·시민에게 분배해 버렸다. 이렇게 근대 이후 오늘 이 세상의 공화국은 결연히 공화정을 부정하는 구체제와 결연하게 단절했다. 공화국을 부정하는 자들의 목을 자르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는 짓(그것은 살인이고 강도짓이었다)을 통과의례로 오늘 이 세상은 민주공화국일 수 있었다. 우리의 공화국은 누군가를 적으로 믇고서 세우고 지켜내 왔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역사로 민주공화국의 실체를 똑바로 들여다보면,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우리의 손에 적의 피가 묻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관용과 통합이 공화국 시민의 당연한 미덕이 아님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적이 아니라 공화국을 부정하지 않고 지키려는 시민들 사이에 해당하는 말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공화국을 끄적거리니 심장이 두렵게 뛴다. 이런 공화국에 대해 나는 누구인가.
4. 학교에서 배웠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시도 잊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것에 대해서. 공무원도, 민간인인 일반 시민도, 노동자인 당신도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는 걸 안다. 그런데 오늘 이 나라에서 민주공화국이 공격받고 있다.
대통령이 위법한 비상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를 침탈하고, 포고령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 아닌데도 헌법을 위반해서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능을 행사하는 걸 막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자유를 박탈한 것이니 헌법상 탄핵 사유고, 형법상 내란죄를 저지른 것이다. 12·3 비상계엄과 내란에 가담한 윤석열 일당은 당연히 민주공화국의 적이다. 위법한 비상계엄 행위를 벌이는 순간, 대통령 윤석열에게는 독재자의 길만 있다. 탄핵 사유와 내란죄가 되는 짓을 벌여 놓고 다른 길은 없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최고형이 사형인 내란죄의 우두머리로 형사처벌되지 않으려면 독재자가 되는 것, 공화국을 부정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이렇게 오늘 우리는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적을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공화국을 배운 우리는 공화국을 부정하는 권력·세력 등으로부터 공화국을 지키는 것인가. 학교시험에서, 공무원시험에서 이 나라의 정체와 국체를 묻는 질문에 당신은 민주공화정, 공화국이라고 답해서 점수를 받았다. 분명히 시험점수에 이렇게 반영됐건만 오늘 그걸 부정하는 자들을 옹호하는 반동이 준동하고 있다. 시험은 시험일뿐 그 답안지가 신념과 양심의 고백서는 아닌 것이다.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과연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노동운동은 얼마나 공화국 수호에 절실한가. 공화국을 부정하는 적, 윤석열 일당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결연한 것인가. 민주공화국을 위한 민주혁명의 역사가 심장에 새롭게 새겨지는 오늘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