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인간띠’를 쳐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가운데, 야당이 “헌법질서 유린”이라 규정하고 긴급 공세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체포·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은 6일까지로, 5일 오후 7시 기준 30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체포영장 집행 시도 5시간 만에 철수하면서 ‘체포쇼’를 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데다, 공수처와 야당이 대통령경호처의 지휘감독자로 지목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체포영장 이의신청은 기각
국민의힘 “영장집행 포기하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의원총회에서 “하루하루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헌법질서·민주주의·법치를 무너뜨려 대한민국의 국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국민이 죽든 말든, 나라가 망하든 말든 자기만 살면 된다는 미치광이를 심판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광복 이후 80년간 이룬 모든 성취가 흔들리고 무너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 공수처와 대통령경호처의 대치 끝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되자 민주당은 4일과 5일 각각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공수처에 윤 대통령을 신속히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장에게 최후 통첩한다”며 “체포영장 시한 내 공수처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체포영장을 재집행하지 않으면 정치적·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측이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불허해 달라며 법원에 낸 이의신청은 이날 기각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체포영장 집행 포기를 공수처에 요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법원의 체포영장은 아무런 근거도, 사유도 없이 판사 마음대로 결정했으니 따르라는 건 초법적인 사법 독채”라며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이 논란투성이 체포영장을 흔들면서 현직 대통령 체포를 시도하는 것은 국가적 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오전 오동운 공수처장은 출근길에 체포영장 집행 날짜와 시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다시 시도한다면 1차처럼 공수처 차량이 출발하는 것으로 집행 시작을 알릴 가능성이 크다.
체포 재시도, 영장 재청구로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 사전 구속영장 청구가 공수처의 향후 선택지로 언급된다. 다만 구속영장 청구도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과 마찬가지로 관저에서 버티며 ‘한남동 농성’을 이어 간다면 무력 충돌 말고는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 전 국민이 공수처를 지켜보는 만큼 1차 시도에서 마무리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통령경호처·최 권한대행
영장 집행 방해·방임 마라”
이목은 다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 집중됐다. 이날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방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대통령경호처와 윤 대통령이 철저한 방어에 나선 형국에서,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지휘해 달라고 발송한 공수처의 두 번째 공문에 회신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경호처의 박종준 경호처장·김성훈 경호차장·이광우 경호본부장이 “광적으로 경호처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들에 대한 직위해제와 직무배제를 요구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경호처장이 몸싸움에서 밀릴 경우 공포탄을, 상황이 더 악화되면 실탄 발포까지 명령했다는 제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경호처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상태다. 1차 체포영장 시도 이후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박 경호처장 등 세 사람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했지만 대통령경호처는 거부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출입기자단에 낸 입장문에서 “엄중한 시기로 대통령 경호처장을 비롯한 주요 지휘관은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추후 가능한 시기에 조사에 응하기 위해 경찰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도 경찰은 대통령경호처의 이광우 경호본부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장외로 나선 정당들도 최 권한대행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지금 즉시 노골적으로 내란수괴 사병대장 노릇을 하며 헌정질서에 정면으로 맞서는 파렴치한 박 경호처장부터 직위해제하고 체포하라”며 “계속 혼란을 방치하는 것은 내란세력에 힘을 실어 줄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꼬집었다.
최 권한대행 탄핵과 관련해서 민주당은 아직까지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윤 원내대변인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내란수괴 체포에 힘을 실어 주지 않는 최 권한대행을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 등 격한 발언들이 많이 나왔지만 지도부 공식의견으로는 하지 않는다”며 “내일까지 (윤 대통령이) 체포되지 않으면 최 권한대행에 책임이 있고, 직접적인 책임은 공수처장에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