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신 메타보이스(주) 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급상승 후 고공행진 중이다. 전화면접조사에서 보기 힘든 지지도가 나온 거다.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12월 3주 결과에서 48%의 지지도는 직전 조사 대비 오차범위를 벗어난 8%포인트 상승폭으로 깜짝 놀랄 수치다. 아무리 대통령 탄핵 가결 후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 지지도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헌재 탄핵 인용 후 지지도보다도 조금 더 높은 수치여서 놀랍다. 아마도 2016~2017년 당시에는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적지 않은 의석과 낮지 않은 두 자릿수 지지도를 가져가 민주당 지지세가 약간 분산됐기 때문이겠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최저치를 횡보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국민의힘 지지도는 최저치에서 횡보하고 있다. 같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24%의 지지도를 얻었으니,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지지도다. 물론 이번주에는 한국갤럽 조사가 없고, 새해 1월 2주부터 발표를 하게 되니, 이제 약간 깜깜이 기간 같이 느껴진다. 정당 지지도가 어떻게 되는지를 다른 조사 결과를 참고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으나, 확실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발표된 여론조사로 최저치에서 전전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정당 지지도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후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12월 초중순의 황당한 정치 상황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국민 모두 알고 있다. 즉,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정치 정세에 극단적인 충격이 가해진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구국의 결단’으로 소속돼 있는 국민의힘에는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고, 더불어민주당은 때아닌 지지도 급등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현재 국민 여론을 전혀 모르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 논리에 충실히 따르는 행보와 메시지가 연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있었고, 27일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주요 인사들은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을 방어하려 해 놀랍다. 아무리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계엄을 선포한 후 해제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 그 후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결과로 향후 국민의힘은 어떻게 될지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최저치가 아직은 20% 중반, 그래서 여론에 둔감한가

필자가 볼 때 큰 이유 중 하나는, 최근 국민의힘 지지도가 20% 선은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안도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러니깐, 2017년을 본다면, 당시 새누리당 지지도는 10%대 초반에 고착돼 있었다. 여당이 10%대 초반 지지도에 묶여 있다는 것은 사실상 다음 큰 선거는 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암울한 미래가 예고돼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지금은 최저치가 24%이니 국민 4명 중 1명은 아직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긍정적 신호로 이해하고 있을 수 있다.

2017년 상반기 대비 두 배 정도의 지지도를 얻고 있어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면, 한 가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는 점이 있다. 그건 당시에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의 존재로 양당의 지지도가 조금 분산됐다는 점이다. 2016년에 이미 38석을 얻어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국민의당은 2017년 조기 대선 직전 10% 초반대의 지지도를 얻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지지도를 합하면 25% 수준이 됐다. 지금 국민의힘이 얻고 있는 지지도 24%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지금 24%라는 국민의힘 지지도는 2017년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수치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국민의힘이 잘하고 있어서 응원하는 지지세도 있겠으나, 어쩌면 민주당을 절대로 지지할 수 없는 적극적 반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규모가 4명 중 1명 정도라는 점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겠다. 그러니 지금 24% 정도의 지지도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 나중에 큰 선거에서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핵심 지지세로 역할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한 24% 지지도에서 과연 선거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때 한 가지 더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올해 국회의원 총선거 직전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다. 당시 국민의힘 37%대 더불어민주당 29%였다. 8%포인트 격차로 국민의힘이 앞섰다. 그런데 총선의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국민의힘의 패배로 귀결했다. 정당 지지도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난 우세 상황에서도 총선에서 졌는데, 지금처럼 24% 수준에서 과연 어떤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전략적 근시안에 빠진 국민의힘

수치와 수치 사이의 의미를 정세적 역동성을 고려해 맥락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수치 그 자체로만 보면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게 되는 오류는 ‘전략적 근시안’에 빠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전략적 근시안(strategic myopia) 혹은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이라도 부르는 이 현상은 전체 환경, 소비자 욕구의 변화 같은 외부적인 흐름을 도외시하고 자사 브랜드 혹은 제품의 장점에만 몰두해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당해 장사 접어야 한다.

국민의힘 중진의원 다수가 취하고 있는 입장이 바로 전략적 근시안에 해당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소속돼 있는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방어 논리만을 옹호하고 다른 주장을 함께 논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국민 여론 중 우세한 의견 분포에는 주의집중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법리적인 다툼을 통해 탄핵을 무효화해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의도 혹은 최소한 임기를 단축하더라도 민주당에 정부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처럼 보인다.

이 같은 전략적 근시안에 해당하는 판단을 떠받치는 과거 경험 중 하나는, 탄핵 이후에도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대등하게 나타났던 경험이겠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2017년 조기 대선 시기에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턱밑까지 쫓아간 적이 있었다. 오차범위 내에서 두 후보가 대등하게 나타났던 경험은, 아마 탄핵 이후에도 희망이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안철수 후보는 당시에 탄핵에 동조한 세력을 대표했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최소한 구체제를 옹호하진 않았고 그래서 새로운 인물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무조건 민주당을 향해 경쟁 관계에 있다고 해서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어불성설이다. 더군다나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던 보수 성향자들이 당시 홍준표 후보 쪽으로 회귀했지만, 홍준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지지세를 모으진 못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오로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에 열중하고, 그 공세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가 되고,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이 감행했던 계엄을 옹호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면. 그런 근시안적 판단으로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기는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더 멀리 넓게 본다면 우리 국민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난 이후 단 한 번도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한 적이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계엄으로 국회에 경고한다는 발상이 안 먹히는 이유다.

정치권이 힘을 모아 더 멀리에서 움직이는 민심의 거대한 흐름을 따라야 할 것 같다.

메타보이스(주) 부대표 (bongshinkim@naver.com)

인용한 여론조사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605호 2024년 12월 3주: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2024년 12월 17~19일,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nesdc.co.kr)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키워드

#내란 #탄핵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