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국민의힘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인 인선을 둔 여야정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대통령 권한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권한만 사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야당은 “권한대행이 아닌 내란대행”이라며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뒤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우원식 의장 “여야 합의 핑계 궁색”

한 대행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30분 앞두고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고 여야 합의 없이는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여당은 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인사청문회에 불참했고, 이날 의원총회에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상욱·김예지·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자리를 지켰다.

한 대행은 대국민담화에서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그냥 임명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쉽게 답을 정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무겁게 느끼는 의무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우리 헌정 질서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의 대국민담화에 우원식 국회의장부터 “절차적 과정인 임명 행위를 두고 여야 합의 핑계를 대는 것은 궁색하다”고 꼬집었다.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자 “임명 행위는 애초에 여야의 논의 대상이 아닌데 이를 합의해 달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임명을) 안 하겠다는 것이고,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 지연이나 거부는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거부권은 행사, 임명은 보류’ 자가당착야당 “궤변” “내란 동조이자 반란”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를 자제하고 안정된 국정운영에만 전념”하는 것이 헌정 질서의 기본 원칙이라는 한 대행의 주장에도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 대행은 지난 19일 쌀값이 폭·등락할 때 정부가 이를 매입하고, 양곡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말과 뒤떨어진 행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가장 적극적인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해 놓고 가장 형식적인 권한인 헌법재판관은 안 된다는 궤변”이라며 “권한대행을 수행할 자격도,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농민의 숨통을 조이는 데에는 거침없이 권한을 행사하더니 (탄핵심판이) 국민의힘과 윤석열을 향하니 자제하겠다는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내란 동조이자 반란”이라고 비판했다.

▲ 강한님 기자
▲ 강한님 기자

‘연쇄 탄핵’해야 할까, 고민 빠진 야당

야당은 탄핵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후 2시에 본회의가 잡혔다”며 “당에서 하루 유보하려고 결단했는데 (한 대행의 담화로 그렇게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보고돼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다. 탄핵 사유로는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건의와 12·3 내란사태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전 당대표와 공동 국정운영 체제를 구축하려 시도해 헌법을 위배하려 한 점 등이 꼽혔다.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방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도 주요 탄핵 사유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한 대행의 직무는 정지된다. 권한대행직을 승계받을 사람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최 장관도 여야 합의 없이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힐 수 있어 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최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하는 상황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제3의 수를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 노 원내대변인은 “이후 상황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의원총회에서 공유했다”며 “(최 장관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의지 등) 상황을 전제하고 대응(책)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키워드

#내란 #탄핵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