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것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지난 밤길을 밝힌 응원봉 물결이 그랬다. 찬 바닥에 긴 시간 버티고 앉아 생글생글 웃던 얼굴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 기뻐하던 눈빛이, 빠른 박자 음악에 방방 뛰며 즐기던 발랄함이, 꽝꽝 언 세상을 녹인다. 더딜 줄을 이미 알았다는 듯이 지치지도 않고 어디든 달려가는 그들이 막힌 길을 뚫는다.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에, 경찰에 가로막힌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소식에 따신 방을 뛰쳐나간 사람들이 밤을 새워 곁을 지킨다. 다정한 말 꺼내 그 자리 모인 누구나를 응원하고, 잔뜩 날 세운 말로 내란 우두머리와 그 비호 세력을 꾸짖는다. 나 빼고 케이팝 콘서트 하는 거 참을 수 없다며 또 방방 뛴다. 나 빼고 쓰이는 역사 한 페이지를 가만 볼 수 없었다며, 색색이 밝은 응원봉을 흔들어댄다. 활짝 웃는다. 내란의 총구도, 늦은 밤의 매서운 추위도 그들 밝은 표정과 응원봉을, 저들 따뜻한 연대의 말을 꺾을 수 없었다. 여명이 차츰 붉었다. 더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다. 경찰이 물러갔고, 밝은 표정 사람들이 트랙터와 함께 행진했다. 다정한 것이, 또 밝은 것이 또 한 번 밤을 밝혔다. 길을 열었다. 세상을 구하는 힘이 그것이라고 사람들은 믿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