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윤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진정인(원고)은 ‘친구, 친척, 선후배 등 친한 사람(이하 친한 사람)’의 권유를 받아 같이 일하게 됐습니다. 사업주인 친한 사람의 지시·감독을 받아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했고 사업이 잘 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월급이 자꾸 밀려 결국은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동안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고 싶습니다.”

의외로 친한 사람의 권유로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친하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급여가 밀리거나 불규칙한 급여를 받아도 묵묵히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장님” 불러도 서비스 주지 말고 “사장 아니”라고 말하자

사업주는 근로자에게는 일한 기간만큼의 임금과 퇴직금을 줘야 한다. 그러나 동업자에게는 임금도 퇴직금도 주지 않아도 된다.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은 동업자를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과 같이 일하면 노동자인지 동업자인지 그 경계선에 있어 혼란스러운 경우가 왕왕 있는 게 문제다.

우리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있는지는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일방이 노동자로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상대방은 사용자로서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관계에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쉽게 말해 노동자는 계약의 형식과 무관하게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한 사람과 일하는 경우 아래와 같은 이유로 노동자와 동업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우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우리 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지만 그래도 계약서는 근로관계를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이다. 동업자는 투자계약서를 쓰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점을 기억하자.

다음으로 친하다 보니 존대어를 쓰지 않는다. “형 나 돈 필요해, 일단 얼마만 보내줘” 라는 카카오톡 대화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근무시간 동안만은 친한 사람을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존칭하자. 누가 나에게 사장님이라고 부르더라도 기분 좋아하며 사이다 서비스 주지 말고 나 사장 아니고 직원이라고 정정하자. 조사 때 그 사람의 진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주인의식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달은 어려워 부족한 월급은 나중에 줄게” 또는 “사업이 잘 되면 월급 더 많이 줄게” 라는 친한 사람의 약속에 혹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다거나 이 한 몸 바쳐 야근과 주말을 불사하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면, 사업이 잘돼 창업공신이 되면 모를까 사업이 안 되면 퇴직금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주인의식이 큰 근로자는 동업자와 구별할 수 없다

노동자가 친한 사람에게 업무 지시나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빈도가 높지 않아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일반적인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지시를 하지 않는 점을 기억하며 보고 후 사업주의 지시를 기다리자.

친한 관계에서는 임금체불 신고도 매우 늦게 한다. 친한 사람이 언젠가 챙겨 줄 것이란 마음으로 급여를 불규칙하게 받거나 약속한 급여보다 적게 받아도 참는 경우가 많다. 보통 관계가 틀어져 퇴직하고 나서야 임금체불 신고를 하는데 일반적인 노동자는 월급이 밀리거나 덜 받으면 즉시 고용노동부를 찾는 각박한 사회가 됐음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친한 사람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준다. 어느새 그 돈은 투자금으로 바뀌어 있고 동업자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차용증을 쓰거나 빌려준 돈은 퇴직 전에 반드시 받아두자.

친한 사람에게 근로계약서 쓰자 하고, 사장님이라 존대하고, 월급 못 받아 신고하면 결국은 원수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친구끼리는 돈 거래하는 거 아니다”는 격언 들어보았을 것이다. 노동자성이 부정되는 바람에 몇 년의 근로도 인정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건을 보면 “친한 사람끼리 같이 일하는 거 아니다”는 격언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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