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결재하고 있다. <국회>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탄핵이 7부 능선을 넘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야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며 다음 국면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을 예고한 반면, 여당은 이탈표를 두고 촉발된 내홍을 잠재우지 못하는 형국이다.

1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침묵 속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봤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이 없어 투표함으로 표가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발표하자마자 야당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야 “경계 늦추지 않겠다”
‘헌재 6인 체제 깨기’ 추진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가 끝난 직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 수괴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태의 전모를 밝혀내고,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써 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 직무 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고, 이 자리를 빌려 헌법재판소에 탄핵 심판 절차의 신속한 진행과 함께, 오직 헌법에 따라 엄정하게 심판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회 몫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인선을 서두를 전망이다. 본회의에서 가결된 탄핵소추의결서는 우 의장의 결제 후 용산 대통령실과 헌법재판소로 각각 전달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의결서가 접수되고 180일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 문제는 재판관의 수다. 재판소장 포함 9명(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이 정원인데, 지금은 국회 추천 몫 3명이 공석이라 6인 체제로 운영된다. 탄핵을 인용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해서 지금으로는 전체 찬성이 필요하다.

성향으로 보면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 재판관, 성폭력 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가 2009년 ‘여성인권보장 디딤돌상’을 수여한 이미선 재판관이 진보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머지 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 재판관은 중도 혹은 보수 성향으로, 정형식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했다. 정 재판관은 최서원(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전원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가 재판관을 인선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된다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을 회복하게 된다. 야당이 추천하는 재판관 후보를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방법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관 선출안은 재적의원 절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한덕수 총리가 국회 선출안에 대한 임명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혼란의 여당, 지도부 집단사퇴
한 대표 “후회 안 해, 직무 수행할 것”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나와 의원총회장으로 향했다. 여당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의원총회장을 나오지 않고 논의를 진행해 탄핵소추안 부결 당론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범야권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때 12표가 이탈한 결과를 얻게 됐다. 기권과 무효표를 포함하면 23명으로 늘어난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당장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장했던 한동훈 대표를 향한 비판이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탄핵이라는 지옥문이 다시 열렸다”며 “탄핵을 찬성하고 나서면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 착각하는 우리 당 소속 몇 의원님들이 안타깝고, 보수가 단일대오로 나가지 못하고 오합지졸로 전락한 데 대해 저 자신부터 돌아보겠다”고 밝혔다. 친윤계 중진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또다시 대한민국의 불행이 시작됐다”며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이날 저녁 이어진 의원총회는 한 대표에 대한 사퇴 주장이 제기되며 격앙된 분위기로 흘렀다. 한 대표는 의원총회 중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 대한 직무 정지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나라와 국민만 생각했고 후회하지 않는다”며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12표가 이탈한 데 한 대표는 “의원들의 판단”이라며 “대통령을 배출한 당으로서 (탄핵소추안에 찬성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지 않았겠느냐, 그런 점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사퇴하지 않겠다는 여당 지도부는 사실상 붕괴했다. 한 대표가 의원총회장을 떠난 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당 지도부 총사퇴 결의가 있었다”며 장동혁·김민전·인요한·진종오 최고위원의 사퇴 의사를 알렸다. 
한 대표가 직을 내려놓으면 친윤계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가 총사퇴를 결의했기 때문에 한 대표가 그에 대한 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 대표에게 사퇴를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16일 향후 지도부 체제를 논의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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