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드디어 미친건가’ 지난 1주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도 내가 현실을 사는 것인지, 가상현실 어딘가에 놓인 것인지 모를 정도로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12월3일, 내 생에 겪어보지 못했던 아니 앞으로도 겪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역사책에서만 보던 비상계엄 사태를 겪었다. 다행히도 계엄은 6시간여 만에 해제됐지만, 그 순간에도 자신의 이권을 저울 위에 올려놓은 채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이 있었다.

지난 1주일이라는 시간을 불안과 공포 그리고 하루하루 위협을 느끼면서 지냈다. 어쩌면 버텼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이 불안과 공포가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소망하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

계엄이 선포되기까지 윤석열씨와 국민의힘의 행보는 불통과 독단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행보는 멈추지 않은 것 같다.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어딘가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은 국회의원, 내란이라는 위헌적인 상황에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자리를 벗어나면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마저 놓아버린 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그 순간 내가 배우고 우리가 지켜 온 민주주의가 박살나버렸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수많은 시민의 삶을, 비정규노동자의 삶을 끝없는 불안과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다.

결국 해결하는 것은 시민이다. 매일같이 국회 앞으로 수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을 외치면서 지금 이 불안과 공포를 혼자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일터에서, 자신의 삶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소망이 모이고 있다. 자,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지금의 위협을 만든 이들을 몰아내고 우리가 경험한 불안과 공포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되돌아보면 지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노동자에게, 그리고 내게 절망적인 순간은 많았다. 주당 노동시간은 역행해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고, 물가인상률조차 따라가지 못한 최저임금으로 실질임금이 줄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터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수많은 노동자가 있었다. 일터에서도 삶터에서도 지난 2년 우리는 불안정한 삶을 지내야 했다. 그렇게 자기 고용을, 생계를, 생명을 위협받은 채 지내온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제 이 정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고 불안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결국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과 함께 앞으로 우리는 어떤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해야만 한다. ‘죽 쒀서 개준다’는 말이 있는 것과 같이 지금의 상황을 잘 해결해놓고는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등의 시대를, 평화의 시대를, 안전의 시대를, 연대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 불평등을 깨야 하고, 지금의 불안을 해소해야 하고, 누구나 자기 건강과 생명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과거 공동체를 통해 살아가던 시대와 마찬가지로 나의 주변에 있는 사람과 함께 사회를 만들고 걷는다는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이제 나는 다시 비정규노동자 곁으로 돌아가 지금의 불안을 깨고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여기에 우리는 연대로써 평등을 위해 안전하고 평화롭게 함께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kihghd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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