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 자리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지휘관들이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곽종근 육군특수작전사령관이 자신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계엄 해제)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졌으니,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증언했다. 그는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계획을 지난 1일부터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윤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군을 투입해 계엄 해제를 막으려 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주장으로, 내란죄 적용 가능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비화폰으로 전화, 이행시 작전인력 범법자 돼”

곽 특전사령관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종료 뒤 재개된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곽 특전사령관은 같은날 오전에 진행된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한 것 아니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추궁에 기존 입장을 바꿨다. 곽 특전사령관은 지난 6일 김병주·박선원 민주당 의원을 만나 비상계엄 선포 때 윤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했으며 병력 위치를 묻는 윤 대통령의 질문에 자신은 “국회로 이동 중이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통화내용 공개는 거부했다.

이날 오후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두 번째 통화내용을 실토했다. 곽 특전사령관은 “대통령께서 비화폰(도청방지휴대전화)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며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듣고, 현장에 있는 지휘관들과 공포탄을 써서 들어가야 하나, 전기를 끊어서 (회의 진행을) 못하게 해야 하나 이런 부분들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지휘관이 그건 안 된다. 제한된다. 저한테 분명 이야기 했고, 저도 분명히 (지휘관의 주장이) 맞고 옳다고 판단했다”며 윤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인 곽 사령관에 세 번째 전화를 걸어왔지만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곽 특전사령관은 “설사 지시사항을 이행해 들어가더라도 들어간 작전병력들이 나중에 범법자가 되고, 강제로 (문을) 깨고 들어가면 많은 인원이 다쳐 차마 그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현 위치에서 더 이상 안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중지를 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어 계엄 해제가 되자 병력을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곽 특전사령관은 “국회 외곽시설을 확보하고 경계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갔다”며 “그 이후 상황을 어떻게 할지는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의 권능을 막기 위해 군이 국회에 투입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곽 특전사령관과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한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대령)도 곽 특전사령관의 주장을 옹호했다. 김 특임단장은 “더 이상 무리수 두면 위험하다고 했고, 사령관은 알겠다고.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곽 특전사령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의 행위는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형법 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내란죄로 처벌한다. ‘국헌문란’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의원 150명 넘으면 안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지시 주장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군 병력을 투입한 것은 의원들이 모여 ‘계엄해제’가 불가하도록 한 것이었음을 뒷받침 하는 증언도 나왔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오전 진행된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국회의원이 150명이 넘으면 된다는 지시가 있었느냐, 누가 지시했느냐”고 묻자 곽 특전사령관은 “제가 (특전사) 전투통제실에서 비화폰(도청방지휴대전화)을 받으면서(받을 때)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국회의원)이 100∼150명 넘으면 안 된다는 그런 내용들이 위(국방장관)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헌법 77조5항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때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도록 돼 있는데, 해제를 막기 위해 본회의 참가 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정치인을 체포·구금할 장소와 관련한 지시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구금 시설 및 체포와 관련된 지시는 제가 여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며 “처음 지시받기로는 B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B1 벙커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 벙커를 뜻한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비상계엄 당일 여 방첩사령관이 자신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폭로했었다. 한편 국방부는 곽 특전사령관, 여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방첩사 정보사령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김 수사단장 등 군 장성 6명을 직무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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