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이 봉쇄됐고, 곧 헬리콥터 여러 대가 낮게 날았다. 오랜 친구와 늦은 저녁을 먹다가,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가 매무새도 살필 겨를 없이 뛰어온 사람들로 그곳 민의의 전당 로비가 난리 통이었다. 계엄군이 온다! 누군가 외쳤고 사람들은 뛰었다. 몸으로 막다 이마가 터져 뻘건 피를 흘리는 사람이 2선으로 물러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나섰다. 의자와 테이블, 또 소화전 줄을 끌어다 문 앞에 단단한 바리케이드를 쳤다. 총 든 자들이 거침없었지만, 막으려는 이들 몸짓에 주저함이 없었다. 전선에서 몸 부대끼던 사람들이 누구랄 것 없이 상황을 공유했고, 저마다 할 일을 찾아 뛰었다. 계엄 해제를 결의하는 의사봉 소리에 다 같이 환호했다. 그러나 자릴 지켰다. 긴 밤이 될 것을 다들 잘 알았다. 주머니 속 물과 먹거리를 나눴다. 고생 많다, 몸조심하라는 격려의 말을 주고받았다. 계엄군이 물러갔다. 그 밤, 그곳 안팎에서 사람들은 서로 좀 더 따뜻했고, 전에 없이 단단했다. 전우애다, 아니 이건 인류애다 식으로 표현은 저마다였다. 아침, 퀭한 눈을 한 사람들이 한바탕 기괴한 꿈을 꾼 것만 같다고 말했다. 아니, 끝나질 않았으니 계속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추운 날 광장에 촛불이 번졌다. 아이돌 응원봉을 든 청년들이 최신의 음악에 맞춰 춤추고 뛰었다. 아이들 손 잡고 나온 엄마가, 말수 적던 흰 머리 노인이 목이 쉬었다. 내란 수괴를 탄핵하라, 체포하라 함성이 밤늦도록 이어졌다. 탄핵안 표결 무산 소식에 눈 붉은 사람들이 잠시 숨을 골랐다. 그도 잠시, 탄핵하라, 체포하라 부쩍 쉰 목소리가 또 뭉쳐 높았다. 지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에스엔에스 계정에 올렸다. 금방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다음번엔 자기도 멋진 응원봉을 들고 나서겠다며, 침침한 눈 비벼 가며 인터넷 쇼핑몰 창을 뒤지던 이에게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댓글과 응원이 연이었다. 그 밤 이후 사람들이 부쩍 가까웠다. 머지않았다고 다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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