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법무부는 202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는 250만7천584명이라고 밝혔다. 2022년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이 224만5천912명인 점을 고려하면 14.8%가 증가한 수치다. 저출생·고령화 기조를 고려하면 체류외국인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250만7천584명의 외국인 중 188만1천921명은 장기체류외국인으로 법무부는 분류하고 있다.

외국인이 증가한 만큼 외국인 노동자도 증가했는데, 단기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로 입국해 짧은 기간 돈을 벌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이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국민과 같이 살아가면서 일을 하는 외국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외국인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당한 경우 사업주 등 가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외국인의 비자유형 및 장기체류 여부 등에 따라서 일실이익(손해배상 청구의 발생 사실이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익)을 산정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대법원은 외국인 노동자의 일실이익을 계산할 때 “일시적으로 국내에 체류한 후 장래 출국할 것이 예정돼 있는 외국인의 일실이익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예상되는 국내에서의 취업가능기간 내지 체류가능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은 국내에서의 수입(실제 얻고 있던 수입 또는 통계소득)을 기초로 하고, 그 이후에는 외국인이 출국할 것으로 상정되는 국가(대개는 모국)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을 기초로 해 일실이익을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국내에서의 취업가능기간은 입국 목적과 경위, 사고 시점에서의 본인의 의사, 체류자격의 유무 및 내용, 체류기간, 체류기간 연장의 실적 내지 개연성, 취업의 현황 등의 사실적 내지 규범적 제 요소를 고려해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예외를 뒀다(대법원 1998. 9. 18. 선고 98다25825 판결).

우리나라보다 임금이 한참 낮은 국가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대한민국에서의 수입이 아닌 모국의 통계임금을 기준으로 일실이익을 산정할 경우 손해배상액이 많게는 수십 배가 차이 날 수도 있는 것이 문제다.

앞서 본 예외에 따라서 하급심 법원에서는 실제로 외국인 중 영주권자(F-5) 또는 재외동포(F-4)는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일정 수준의 형을 선고받거나 출입국관리법 등 관련 법령의 위반사항이 없는 한 계속해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점 및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외국인이더라도 국내에서의 수입을 기초로 산정한 일실이익을 인정하는 판결들을 내리고 있긴 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8. 선고 2022가합535919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7. 22. 선고 2021가단134568 판결).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영주권자 또는 재외동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체류자격의 형태로 사실상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수십 년을 살아오고 있는 외국인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아쉽게도 법원은 여전히 실질적인 요건에 더해 ‘체류자격 형태’라는 형식적인 요건을 엄격히 요구하며 판단하고 있으며 예외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외국인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일실이익 산정기준 마련을 위해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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