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회의 활동을 금지해 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계엄사령관 포고령을 국방부가 작성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5일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결정을 지켜보거나, 지시를 이행하던 정부 관료들은 뒤늦게 “포고령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윤석열 대통령의 주도로 진행됐음을 뒷받침하는 증언들로 해석된다. 다만 이 같은 증언이 내란죄 혐의를 회피하려는 시도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한을 막은 계엄포고령을 작성한 자는 내란죄 적용을 피할 수 없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포고령 내용 동의 안 해”

지난 3~4일 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포고령을 작성한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며 (포고령에 적힌) ‘시간’만 수정해 서명했다고 밝혔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 선포는 대통령께서 담화하는 것을 보고 알았고 갑작스럽게 지휘통제실로 이동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실에 있던 구성원과 포고령 초안을 받아보고) 그분들도 저만큼이나 군인으로서는 최고의 전문가이지만 계엄은 조금 약해서(잘 몰라서) 어떡하느냐, 어떡하느냐 하면서 시간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당시 발표된 포고령엔 국회·정당의 활동과 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는 내용이 담겨 헌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포고령 내용의 동의 여부를 묻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박 참모총장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해 발표했다”며 “‘(포고령 문서에 시간이) 22시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22시 이후에 포고됐기 때문에 시간이 안 맞는다’고 말씀드렸고 23시로 수정해 포고했다”고 답했다.

이날 면직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출석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작성 주체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국방부에서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부대 국회 투입 지시는 국방부 장관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같은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포고령 내용은) 발표되고 나서 알았다”며 “표현이 매우 거칠고 과격했고 (포고령) 6개 항목 중 유일하게 특정 직역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공의 등 현장 이탈 의료인이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내용을 말한다. 조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개최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신원이 확인 되지 않은 포고령 작성자는 내란죄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고령에 국회 정치활동 금지를 포함했다는 점 자체로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국회 병력 투입이 이뤄졌다면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내란죄 혐의로 고발된 김 전 국방부 장관 출국을 금지했다.

▲ 5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3일 비상계엄 때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김선호 차관이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5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3일 비상계엄 때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김선호 차관이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란죄 규정말라” 행안위 전체회의 퇴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반성 없는 정부와 이를 두둔하려는 여당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 대통령 계엄 선포는 ‘내란’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내란죄, 내란 동조자, 내란 피혐의자로 표현하는 부분은 신중을 기해 달라”며 “피의자를 부른 것이 아니라 행안부 장관을 부른 것이라면 행안부 장관으로서 질의와 답변을 하겠다”고 말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이미 내란죄라고 판결을 내리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에 굉장히 유감”이라며 “내란죄로 미리 규정하고 현안질의를 하는 것을 위원장이 바로잡지 않으면 질의에 참석할 의미가 없다”고 이 장관의 발언을 두둔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 의원 발언 뒤 모두 자리를 떠 회의는 야당 의원만 남아 진행됐다. 윤건영 의원은 “12월3일 윤석열에 의한 쿠데타 진상을 밝히자는 것인데 마치 (여당 의원들이) 미리 약속한 것처럼 자리를 떴다”며 “여당 간사가 어디론가 연락을 받고 나오더니, 전원 퇴장을 유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지침이 내려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 발언은 계속됐다. 이 장관은 “비상계엄이라는 것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고 그 측면에서 이해돼야 한다”며 “계엄 선포는 국가원수로서 통치권에 해당하고,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전통적인 학설”이라고 주장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계엄이 선포되고, 포고령이 발령되면 모든 행정기관은 그 포고령에 따를 의무가 생긴다”며 계엄 당시 국회의원의 출입통제가 불가피했다고 항변했다.

강한님·강예슬·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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