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주 금요일, 매일노동뉴스를 펼쳐보니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당론 발의했”는데, “노사 당사자 간 서면합의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반도체특별법의 추진에 관해서 보도하고 있었다(2024년 11월29일 자 매일노동뉴스). 이 뉴스를 보기 전에도 반도체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연장근로를 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 추진에 관한 뉴스를 보기는 했었지만, 자세한 법안 추진 현황과 논의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던 터라, 매일노동뉴스 기사를 나는 꼼꼼히 읽었다. 주 52시간제, 법정근로시간 등 근로시간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나는, 이 나라에서 이렇게 특별법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제 적용의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소식을 대충 넘기지 못했던 것이다. ‘주 52시간제 제외 반도체특별법 전도 나선 김문수 장관’이라는 제목과 달리 기사의 내용은 고용노동부만이 아니라, 반도체 기업은 물론, 집권 국민의힘과 야당인 민주당, 그리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까지 반도체특별법 추진에 대한 입장이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었다.

2.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가 앞장서 주 52시간 상한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반도체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반도체업종 관계자들에게 “반도체나 첨단산업은 특별연장근로 방식으로 제한 없이 지원하고 있지만 제도가 굉장히 복잡하다”며 “노사 간 합의해야 하고 3개월 이상 안 해 주기 때문에 하다가 또 동의받고 허가받는 게 너무나 힘들다. 특별법에서 반도체 업계가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밝혔다는 것인데, 나는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그가 노동현장에서 주 52시간제 등 근로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준수를 감독해야 할 노동부 장관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용자 자본을 위한 노동행정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걱정했었기에 예상했던 대로 걱정했던 일이 이번에 일어났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또 그를 생각했다. 이번에 반도체특별법 추진이 필요하다고 그가 밝힌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동안 노동부는 반도체산업 등에 특별연장근로 방식으로 제한 없이 주 52시간제로 제한받지 않도록 계속해서 지원해 왔다는 것인데, 그것이 노사합의, 3개월 제한, 신청과 노동부 허가 등으로 번거롭기에 특별법을 통해 사용자가 재량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노동행정을 통해서 근로시간 등 노동자 권리가 사용자 자본에 의해서 침해되는지를 살펴야 할 노동부 장관이 이렇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제를 무력화시키는 특별법 추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니, 이 나라 노동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3. 그런데 이날 초청 간담회에서 김정회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밝힌 반도체특별법 추진 필요성은 더 심각하다.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기본적인 틀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특별연장근로를 잘 운영해 주고 있다”면서도 “어떤 경우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해야 하고, 시간도 몇 시간 내 틀이 정해져 있어 설계된 제도가 유연성을 발휘하기 다소 어렵다”고 주장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무엇인가. 노사 간 합의 없이도 주 52시간제를 초과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특별법 추진을 해달라는 것일 텐데, 점점 더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실질적으로 근로시간 제한 없이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해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용자들의 요구에 김문수 장관은 사용자가 허가받지 않고 할 수 있도록 특별법 추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4. 집권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반도체 특별법의 (오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며 “반도체산업의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산업계는 정말 1분1초가 아깝다고 절규하고 있다”며 “반도체특별법마저도, 어떤 정치적인 쇼를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면서 다수당인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에서 노동시간 특례 조항을 제외하고 현행 근로기준법 내 유연근로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며 특별법 추진에 반대하면서도, 이재명 대표는 이달 11일 한국경총을 방문해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 놨더니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영역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노동자들에게도 불리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며 주 52시간제 완화 필요성을 시사해서 매일노동뉴스는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 추진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권 여당은 주 52시간제 적용을 배제하는 반도체특별법을 강력히 추진하고, 야당인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이 포함되는 것에 반대했다가 대표가 완화 태도를 보이며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웃긴 일이다. 주 52시간제를 초과해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하도록 하는 법을 추진하는 데 이렇게 이 나라에서 당당하다는 것에 나는 그저 웃고 만다. 집권 국민의힘이야 원래 사용자 자본을 위하는 당이라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자신들이 문재인 정권 시절에 사용자 자본과 국민의힘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입법했던 주 52시간제법을 망가트리는 특별법 추진에 갈팡질팡하고 있다니 나는 쓴웃음을 내뱉을 뿐이다. 오늘 이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제법은 한심하다. 문재인 정권에서 그것을 입법 추진하는 데 대해서 나는 틈만 나면 반대한다고 말했었다. 이 나라에서 법정근로시간, 법으로 정한 최장의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일 8시간으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50조에 따르면 된다고 수도 없이 밝혔다. 이를 노사당사자 간 합의로 1주일에 12시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53조를 제한해야 한다고, 그래서 이 나라에서 주 40시간제로 선언한 근로기준법 50조의 법정근로시간이 노동제로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칼럼에서도 여러 차례 썼다. 그 뒤 문재인 정권이 주 52시간제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시행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주 52시간제마저도 적용하지 않도록 해서 1주일에 52시간을 훨씬 초과해서 노동자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특별법을 집권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데 대해서 민주당은 갈팡질팡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5. 이렇게 ‘주 52시간제 제외’ 반도체특별법의 추진에 관해 말하다 보면, 주 52시간 상한제를 지지하는 것처럼 내 말이 자꾸 꼬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1주 40시간, 1일 8시간으로 정한 근로기준법 50조의 근로시간제에 관해 노사 당사자의 합의로 1주일에 12시간을 연장해서 근로할 수 있도록 한 53조의 근로시간제를 반대한다. 근로기준법 50조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에 대해 110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규정을 있는 그대로 읽는다면, 그야말로 주 40시간, 일 8시간을 초과해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니, 법적으로 최장의 근로시간을 정한 법정근로시간, 노동제를 선언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법이 규정한 대로 법정근로시간, 노동제로서 해석해서 집행하면 되는 것인데, 근로기준법 53조에서 이를 당사자 간 합의로 1주간에 12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근로계약, 단체협약, 노동 관행 등 어떠한 형식이든 당사자 간에 합의가 있었다면 주 52시간까지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게 된 것이다. 바로 이러한 해석이 이 나라에서 법원의 판례고, 노동부의 행정해석이었던 것이고, 문재인 정권은 주 52시간제법을 통해서 이것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해석하고, 주 52시간제법을 덧붙인다고 해도, 일 8시간, 주 40시간에 관한 근로시간제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50조가 존재하는 한 이 나라에서 법정근로시간, 노동제는 일 8시간, 주 40시간이다. 이 근로기준법 50조의 근로시간제는 당연히 노동자와 사용자 간,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계약, 단체협약 등 사전에 당사자 간에 근로시간에 관해서 합의해서 정한 시간에 대해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이다. 결코 이 50조가 당사자 간 합의 없이 정한 근로시간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53조에서 당사자 간 합의는, 이렇게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하는 50조의 근로시간에 대해 그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고 봐야 하는 것이지, 근로계약, 단체협약 등 사전에 당사자 간에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고 볼 수 없다. 아, 이렇게 기본적인 것을 설명하고 있자니 자꾸 한심해진다. 법정근로시간, 노동제에 무지한 이 나라가, 법정근로시간, 노동제를 무시하는 그들이.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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