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주 전 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판결과 관련해, “한 번 정도의 1심 유죄로는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 응집도를 높여 오히려 지지도가 오를 개연성도 없지 않다. 만약 이런 상황이 이어져 법원 판결에도 여론이 꿈쩍하지 않는다면, … 어쩌면 법치주의에 대한 저항감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 될 수도 있겠다”라고 썼다. 그 후, 두 번의 1심 판결이 있었고 한 번은 유죄, 한 번은 무죄가 나왔다. 그리고 나서 여론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흐름이다.
이 대표 1심 유죄 뒤 윤 대통령 긍정률 큰 변화 없어
지난주(11월 4주)와 그 직전 주(11월 3주)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유죄 뒤에 대통령 긍정률은 직전(11월 2주) 20%에서 그대로 동률인 20%(11월 3주)로 횡보, 그리고 나서 이 대표 1심 무죄 판결 후에는 19%(11월 4주)가 됐다. 11월 내내 17%-20%-20%-19%로 큰 변화는 없었다고 봐야 하겠다.
물론 11월 1주에 17%로 출범 뒤 최저치를 기록한 후에 3%포인트 상승한 것을 두고 국정 긍정률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을 법하지만, 오차범위 이내의 변동인 데다가 곧 횡보하고 다시 상승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게 밝혀져, 이재명 대표 관련 유·무죄 판결이 윤 대통령 국정 평가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고 해야겠다.
2주 간격 조사인 전국지표조사(NBS)에서만 2주 만에 8%포인트 상승한 게 있어서 눈에 띈다. 11월 1주 19%로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낮은 긍정률을 보였으나, 2주 후인 11월 3주에는 27%로 8%포인트 상승했다. 단 기간 상승폭으로는 눈에 띄는 정도로 큰 폭이다. 2주 간격이라서 중간에 대통령 기자회견과 함께 이재명 대표 1심 유죄 판결까지 큰 사건이 포함돼 있어서 무엇에 의한 영향이 큰지는 알기가 쉽지 않다.
다만 전국지표조사는 17개 특별·광역시도별로 할당을 해서 조사를 하기 때문에 정치 관여도가 낮은 고령자가 다수 분포하는 읍면 지역에서도 다수 추출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 수사가 왜 늦냐는 보수 성향자에게는 1심 유죄가 효능감을 줄 수 있어 대통령 긍정률에 상승반전의 모멘텀이 됐을 수도 있겠다. 또는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이 실제 해외 정상외교 현장에 윤 대통령 단독 출국으로 이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전국지표조사와 비슷하게 2주 간격으로 조사한 결과 중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 조사도 있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공정이 진행한 ARS 조사에서는 한국갤럽과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11월 1주(4~5일) 진행한 60차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률은 26.9%였는데, 2주 후인 11월 3주(18~19일) 진행한 61차 조사에서는 26.5%로 나타났다. 차이가 없다. 2주만에 조사한 결과이고, 61차 조사 직전에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유죄 판결이 있었다. 그런데 전국지표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다.
잘 알려진 것처럼, ARS 조사에서는 정치 관여도가 다소 높은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의 지지자가 많이 응답한다. 국민 대표성은 떨어져도 고관여 지지자의 의견 분포는 대략 나타난다. 그런 결과에서는 전국지표조사와 전혀 다른 흐름이다.
정당 지지도 역시 영향받지 않아
민주당 지지도 역시 11월 내내 비슷하게 횡보했다. 36%-34%-34%-33%로 횡보 중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유죄 판결 전후를 보면 11월 2주 34%에서 동률인 11월 3주 34%로 꿈쩍하지 않았다. 11월 4주까지 본다면, 유죄 판결이 지지자의 응집력을 강화해 지지도가 소폭이라도 상승할 수 있을 거라는 필자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유죄냐 무죄냐 하는 법원 판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서로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변동은 국민의힘 지지도에서 나타났다. 11월 동안 29%-27%-28%-32%로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의 횡보라고 하지만, 11월 4주에 민주당의 턱밑까지 추격해 따라 붙은 게 인상적이다. 11월 1주 민주당 36% 대 국민의힘 29%, 그리고 이어 11월 2주에는 민주당 34% 대 국민의힘 27%로 두 번의 7%포인트 격차는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여당이 야당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열세를 보인다는 건 대통령 임기 말에나 가능했는데, 지금 불과 절반의 임기를 지날 시점에서 이런 현상을 보인다는 것은 대통령 긍정률이나 여당 지지도 모두 바닥 수준임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그렇지만 이재명 대표 관련 두 번의 판결 이후 11월 4주에는 민주당 33% 대 국민의힘 32%까지 따라 붙었다는 점, 특히 윤 대통령 긍정률은 20%에서 19%로 다시 10% 후반대로 빠지는 듯 보이는 오차범위 내 변동을 보일 때 여당 지지도가 28%에서 32%로 상승세로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흐름을 보였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물론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낮은 27%를 저점으로 놓고 보더라도 상승폭은 5%포인트라서 오차범위 이내지만 한 번 더 상승하면 저점 대비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상승폭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도 같다.
제1야당은 당대표의 유·무죄 판결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지지도를 보여주는 가운데, 여당은 대통령 국정 긍정률과는 탈동조화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정세의 역동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판결은 이에 큰 영향이 없어서, 실상 현재 지표에 이미 오래전부터 이 대표 관련 지표는 반영돼 왔기 때문에 유죄·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여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민생 경기에 의해 영향력 커질 것
여당 지지도와 대통령 국정 긍정률의 탈동조화 조짐은 아마도 친윤-친한 갈등이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크게 확산되는 듯한 상황에서, 한동훈 대표의 메시지에 의한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한 대표가 한편으로는 민주당을 압박하면서 당내 계파 간 갈등에서 친윤계에 대한 공세도 멈추지 않는 등 두 개의 전선에서 모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겠다.
그렇지만 좀 더 세밀히 본다면, 한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이 전국 평균으로는 오차범위 내에서 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생활수준별로 상·중상에서 17%포인트 상승한 게 눈에 띈다. 이같이 큰 상승폭은 오차범위를 넘어선 변동이다. 또한 전업주부 중 14%포인트(오차범위 내) 상승한 것도 두 자릿수 변동으로 주목된다.
이런 결과는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계층에서 변동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동훈 대표가 민생경제특별위원회에 시동을 거는 등 민생행보에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민주당이 정당 지지도에서 11월 초중순에 오차범위를 넘는 우세를 보였던 것도 어쩌면 경제 관련 메시지를 강화했기 때문이겠다.
여론조사에서는 경기와 살림살이에 대한 전망이 올해 들어 가장 안 좋다고 한다. 민생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는 거다. 이번 겨울이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유난히 추울 거라 한다. 이제 정치권은 유죄냐 무죄냐는 논박은 좀 뒤로 두고, 민생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오로지 민생을 위한 노력에만 여론이 호의적인 점수를 줄 것 같은 흐름이기 때문이다.
메타보이스(주) 부대표(bongshinkim@naver.com)
[한국갤럽 11월 3주]
- 의뢰처 없이 한국갤럽 자체로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조사
- 11월 4주: 26~28일
- 11월 3주: 19~21일
- 11월 2주: 12~14일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
-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공정이 무선 RDD ARS 100%로 조사
- 61차 조사: 11월 18~19일
- 60차 조사: 11월 4~5일
[전국지표조사]
- 의뢰처 없이 엠브레인퍼블·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
- 11월 3주: 18~20일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nesdc.co.kr) 및 각 사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