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수수료 인하율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에 반대하는 입점업체 단체도 있어 반대 의견 수렴이 어떻게 될지는 향후 과제로 남았다. 이번 상생협의체는 배달의민족이 7월 발표한 배달중개수수료를 올리겠다는 계획을 계기로 만들어졌지만 오랫동안 누적돼 온 입점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이 원인이다. 그런데 수수료율 문제로 시작된 협의체 합의안 내용을 살펴보자면 의아한 항목이 있다. 배달라이더의 위치정보를 입점업체에 공유한다는 부분이다. 협의체에 참가하지도 않은 배달노동자의 개인정보를 입점업체가 요구하고 배달플랫폼이 동의해 상생협의체 합의 내용으로 포함된 것이다. 배달라이더 노조인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노조는 비판 성명을 내놨다.
협의체 보도자료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논의 과정은 제한적이다. 지난 10월8일에 있었던 6차 회의에서 입점업체측은 수수료 부담 완화, 영수증 표기 개선, 최혜대우 요구 중단, 배달기사 위치정보 공유의 4가지 주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같은달 30일 9차 회의에서 배달기사가 주문을 수락한 이후 픽업할 때까지의 구간에 한정해 약관 변경을 통해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보도자료 내용으로 짐작건대 입점업체측에서 위치정보를 공유한 이유는 대기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배달앱에서 라이더에게는 업체에서 조리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간을, 입점업체에는 라이더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을 알려준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 시간이 어긋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이에 따라 둘 사이에 갈등도 빚어지곤 한다.
대기로 인한 갈등은 주문이 몰리고, 배달비가 오르는 혼잡시간에 주로 발생한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음식이 나와 있는데 라이더가 도착하지 않아 음식이 식는 게 문제다. 조리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배차가 되는 경우도 있고, 라이더가 동시에 여러 플랫폼 배달을 해서 도착이 늦는 경우도 있다. 음식점은 음식 준비를 위해 라이더의 실제 위치와 실제 도착시간이 궁금할 것이다. 라이더로서는 음식이 나올 시간에 맞춰 왔는데, 10분은 더 기다리라고 하니 불만이다. 혼잡시간에 배차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라이더가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며 조리완료를 미리 누르는 음식점도 있다. 위치정보가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개인정보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라이더로서는 ‘대기’는 라이더에게도 문제인데 한쪽의 정보만 공개하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을 더 키우는 불공정한 처사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정보 비대칭은 정보가 통제의 자원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더 문제다. 플랫폼 배달이 아닌 일반대행 배달의 경우 대행 지사의 관리자나 음식점을 통해 인적 통제가 이뤄진다. 관리자나 음식점에서 라이더에게 전화해 배달 상황을 확인하거나 재촉한다. 음식점에서는 특정 라이더의 배차를 금지해 달라고 지사에 요구하기도 한다. 플랫폼에는 이런 종류의 직접적 통제가 없다. 지사 관리자와 같은 인간 관리자의 역할을 알고리즘이라는 기술로 대체하고, 고객들에게 일부 역할을 분담시켰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평점을 통해 지사 관리자가 하던 역할의 일부를 대신한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손님도, 손님과 사용자 사이 어딘가의 회색지대에 놓인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전 위원장은 배달하다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에 들렀는데, 그 사이에 고객이 고객센터에 불만을 접수한 사례를 소개한 적 있다. 플랫폼은 위치정보 공유가 새로운 통제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음식점의 조리완료 시간과 배달라이더의 예상 도착시간이 어긋나는 근본 원인이 라이더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해서인가. 지금도 라이더가 배차를 수락하면 가게에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거리 정보가 뜬다. 혼잡시간에 바짝 벌어야 하루 수입의 목표치를 채울 수 있기에, 배달노동자들은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한다. 노력에는 단가가 높은 주문을 사냥하는 것도 포함된다. 단가가 낮게 뜬 주문은 배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앱을 오가며 일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알고리즘의 예측 정보가 자꾸 어긋나는 것은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배달노동자의 생계가 알고리즘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sumin_park@kl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