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서울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올려야 한다며, 교통 복지 정책으로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했다. 기후동행카드는 6만5천원으로 버스·지하철·공공자전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이용권인데, 내년부터는 여기에 3천원만 추가하면 ‘한강 리버버스’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버스업체·교통공사 등을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하는 이 정책은,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비용’과 ‘수익’ 측면으로만 보지 않고, 철저하게 시민의 이동권과 생존권을 보장하는 ‘교통복지’ 제도로 바라보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서울 시민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여러 번 환승하지 않더라도 이른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하고,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아야 한다. 기후동행카드를 시행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다양한 대중교통 노선을 신설하고, 운행대수도 늘려야 한다. 20~30분 만에 오는 대중교통을 여러 차례 환승하면서 목적지로 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승용차로 가면 30분이 소요되지만 대중교통을 타면 1시간 소요된다면, 누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는가.
그런데 서울시는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시장 자신의 성과를 위해 기후동행카드를 내놓았을 뿐, 정체성이 없는 오락가락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다수의 버스 노선을 일방적이고 전격적으로 폐선했다. 지난달 ‘준공영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모든 노선을 전면 개편하고, 재정지원 방식을 사전확정제 및 표준단가제로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수익 창출을 하지 않아 적자가 누적된다면, 회사가 폐업하더라도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하지 않고 이를 막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도에 운행하고 있는 대중교통 운행대수가 많은데 지자체가 대중교통 운행대수를 자체적으로 줄일 수 없다며 법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와 국회 모두가 거절했다. 노동자의 생존권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법 개정 없이 대중교통 운행대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일까. 서울시장은 준공영제 제도를 개편하면서 사실상 대중교통 운행대수 축소를 예고했고, 연간 500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서울시는 오락가락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노동자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불안정한 일자리로 불안에 떨고 있는 노동자와 노조게 어떠한 설명도 하고 있지 않다. 대화를 요구하는 노동자와 노조의 목소리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흑자가 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재정난에 허덕이는 회사에게 사전에 확정된 금액만을 지원한다면, 작은 빵 조각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노사갈등이 지금보다 극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를 통해 노동자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고자 하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어떤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대중교통 운행대수와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노동자의 일자리와 생존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 없는 기계만으로는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를 때 시민을 지켰던 버스 운전직 노동자까지 기계로 대체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