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인력난을 이유로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도입했던 서울시가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일할 고용허가제(E-9) 노동자 도입을 추진한다. 마을버스 노동자의 노동여건 개선에 손놓고,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자격 요하는 운수업
비전문취업 비자 허용 쉽지 않을 듯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서울특별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의 건의로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을 위한 건의안을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
외국인력 도입 주장의 근거는 인력 부족이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한 대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2.48명이다. 현재 마을버스 등록차량은 1천599대로, 필요 인력은 3천517명이다. 그런데 지난달 기준 등록 노동자는 2천918명이다. 부족 인력은 600여명이다. 낮은 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내국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비전문취업(E-9) 비자 허용 업종에 운수업을 추가해 달라는 요구가 나온 배경이다. 현재 E-9 허용 업종은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어업·농축산물업에 한정된다.
국무조정실은 서울시 건의를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노동부는 “시내버스 운송업에 대한 E-9 외국인력 도입은 아직 검토된 바 없다”며 “시내버스 운송업에 요구되는 자격과 기술, 업무 성격 등을 감안해 E-9 허용의 적합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전문취업 비자 허용 업종에 운수업을 포함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운수업의 경우 국내 운전자격면허가 있어야 취업이 가능하다. 일정 자격이나 경력 등이 필요한 전문직종에 종사하고자 하는 자는 비전문취업 비자를 받을 수 없다.
노동계 “격무·저임금 개선할 생각은 않고”
노동계는 마을버스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은 하지 않고, 외국인력을 도입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경기지역마을버스노조에 따르면 마을버스 노동자는 시급 9천980원, 월 세전 30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1일 9시간씩 2교대 근무를 하는데, 인력이 없어 주 6일 근무를 한다. 월 26일이면 만근인데, 이보다 더 많은 근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연차는커녕 주 5일 근무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동자의 60% 이상은 60대로 고령화됐다.
정재수 서울경기지역마을버스노조 위원장은 “쉬지 못하고 일하니 노동강도가 세고, 임금이 적어 사람이 오지 않는다”며 “경력을 쌓기 위해 젊은 사람이 와도 짧은 시간 있다가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결국은 서울시가 운송원가를 올려줘야 하는데, 안 올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마을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와 달리 민간으로 운영되면서 환승할인 등 손실에 따른 금액을 일부만 보전받는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부처장은 “사람 구하기가 힘드니, 있는 사람에게 계속 일을 해 달라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사람을 더 뽑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버스 업계에도 중앙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버스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내 마을버스 운전기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급여 등 처우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노련도 성명에서 “현재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그대로 둔 채 저임금 외국인을 고용하겠다는 서울시 정책은 어이가 없다”며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채용방안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처우 개선이 수반돼야 하지만 그것도 마을버스 회사의 재정상태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어렵다”며 “시청이나 구청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