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0만명 늘어난 24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저출생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다문화·다인종 사회를 향해 가는 우리 사회에서 선주민과 이주민이 더불어 사는 환경 조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경기도가 지난 7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이민사회국을 신설한 배경이다. 도에는 81만여명의 외국인 주민이 산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로, 경기도민의 5.9%에 해당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김원규(63·사진) 경기도 이민사회국장을 만나 도의 이주민정책 방향을 물었다. 9월 이민사회국 초대 국장으로 임명된 김 국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2006년부터 2021년 6월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했다. 퇴직한 그해 이주민 법률지원센터 ‘모모’를 열고 최근까지 이주민 권리구제 활동을 해 왔다. 임기는 2026년 9월까지다.

‘무권리자’ 이주민 도우려 퇴직 후 법률지원센터 차려

- 인권조사관 퇴직 후 이주민 법률지원센터를 차렸다.
“퇴직하기 몇 년 전에 인권상담조정센터장을 했다. 인권위에서 사건을 접수하는 창구의 센터장이다 보니 여러 가지 사건을 접하게 됐다. 다양한 사건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내국인들이 자기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면서 구제를 요청하는 사건들이었다. 이주민들은 거기 접근하기도 어렵더라. 언어도 통하지 않고 제도에 접근하거나 활용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무권리자가 이주민이더라. 퇴직하면 이주민 관련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경기도 이민사회국장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결혼이민자로 한국에 들어온 필리핀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의 동생도 언니의 아이를 돌봐 주려 방문동거 비자로 입국했다. 동생은 한국에 있으면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 남성과 만나게 됐다. 그러다가 임신했다. 알고 보니 남성은 유부남이었다. 결국 여성 홀로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국 아이인데, 엄마는 방문비자를 1년마다 갱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방문비자는 취업도 못 한다. 아이를 키우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취업도 허락해 주지 않고…. 말이 안 되잖나. 아빠는 아이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책임도 안 지려고 했다. 그래서 생활이 불안정하니 장기체류비자로 바꿔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는데 불허됐다.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을 했는데 결국 졌다.

이런 분들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평소 하고 있던 차에 경기도 이민사회국장 자리가 있다는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지원했다.”

“경기도 거주 이주민은 경기도 주민
사회공동체 차원에서 접근·지원할 것”

-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이민사회국을 신설했다.
“경기도의 거주 이주민수가 다른 광역 지자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공식 통계상으로 80만명이 넘었다. 미등록 이주민은 전국에 40만명이 넘는데, 경기도에만 20만명 이상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00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있는 것이다. 결혼 이주여성, 이주배경 아동도 경기도가 압도적으로 많다. 거주 이주민들의 인적 구성, 성격도 굉장히 다양하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이주민 관련 업무를 경시할 수도 없을뿐더러 이주민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가 필요한 상태였다.”

- 이민사회국은 기존 과와 달리 어떻게 운영되나.
“이민사회국은 이민사회정책과와 이민사회지원과 2개 과,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민사회정책과는 이주민 관련 정책을 만들고, 이민사회지원과는 정책과에서 마련한 정책을 집행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현재는 이민사회국이 이주민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다른 국에 비하면 규모도 아직 작다. 조직 내 편제나 업무 분장을 재편해야 한다.”

- 향후 이주민 정책 계획이 궁금하다.
“기존에 이주민 정책은 단기 노동력 사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표적인 게 고용허가제다. 약간 성격이 다르지만 결혼이주민 제도도 한국에서 인구학적 측면에서 필요하니 이주민들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저출생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이제 다양한 인종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책적으로 별로 준비가 안 돼 있다. 다문화·다인종이 함께 사는 삶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까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중앙정부나 다른 광역 단체도 다 명확히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지자체의 장점은 이주민을 주민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의 개념은 국적을 요하지 않는다. 국가와 달리 지자체라는 사회공동체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며 생활의 영역에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하려고 한다.”

- 최근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는데.
“미등록 아동에 대한 요구들이 있다. 미등록 아동은 미등록 부모가 낳은 아이나 (외국 출생 후) 중도 입국 아동 등으로 한국 국적이 있는 다문화 가정 아동과 구분된다. 비자가 없다. 공적으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거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육아·의료 지원이 잘 안 되고 있다.

취학연령이 되면 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비자가 나와서 초등학교에 입학을 할 수 있는데 그 전에 보육시설·육아시설 등에서 미등록 아동을 받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미등록 아동을 받아줘도 된다고 하지만 미등록 아동을 받게 되면 번거롭고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이 미등록 아동을 받았는데, 얘네들을 데리고 어디를 못 간다. 여행을 가면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얘네들은 인적 확인이 안 된다. 제주도로 여행 가는 경우에도 비행기도 못 탄다. 제도와 현실이 이렇게 괴리가 있다.”

“이주민 정책 성공하려면 내국인·선주민 동의 필요”

-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이런 상황이 포착되나.
“이주민 관련한 정책을 집행할 때, 내국인과 선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정책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이다. 일부 선주민들의 (외국인에 대한 혐오 같은) 일탈행위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 다른 사람에게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런 일이 구조화되면 문제다. 정치인이 정치지지를 받기 위해서 이주민을 이등시민화하고 차별을 공식화하고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려고 하고 구조화하는 것이 문제인데, 아직은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이주민 정책을 만들어 나가면 충분히 선주민 동의를 구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이민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지금 이주민들 같은 경우에 주거형태가 대체로 열악한 편이다. 앞으로 장기거주 이주민들이 늘어나면 주거문제도 어떤식으로든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행복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 등은 국가나 지자체가 국민들의 주거 문제를 지원하는 제도 중 하나인데 지원대상에 이주민들을 포함시키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물론 충분한 설득과정이 없으면 내국인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지역에 따라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놓고 임대도 안 된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이주민들에게 지원하더라도 선주민과 이해충돌 되지 않고,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같이 부대끼고 살다 보면 아무래도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공감의 폭이 넓어질 테니 이주민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민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주민 관련 업무를 종합해서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그 위상과 권한이 어떻게 되는지와 별개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척은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이주민들도 함께 사는 사회의 미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야 할 때다. 경기 부천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한 반의 절반이 다문화가정 아이다. 그런 사회가 불가역적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면 이런 변화의 흐름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글=강예슬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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